『불국사 구조,부처 가르침 담겼다』…강우방씨 논문

  • 입력 1997년 9월 12일 08시 15분


우리의 대표적 문화유산 경주 불국사. 그러나 「그냥 좋다」는 인상비평만 무성할 뿐 제대로된 학술논문 한편 없었다. 이 부끄러운 풍토에서 불국사 건축물에 담겨있는 종교적 상징구조를 밝혀낸 첫 불국사논문이 나왔다. 불교미술사학자이자 석굴암연구의 권위자인 강우방국립경주박물관장의 「불국사 건축의 종교적 상징구조」. 그는 이 글을 10월초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불국사는 절대자에 의지해 깨달음에 이르기(타력문·他力門)보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깨달음에 이를 것(자력문·自力門)을 강조한 석가의 가르침을 상징적으로 구현해낸 건축물이라는 것이 논문의 요지. 강관장은 불국사 정면 가운데 범영루의 오른쪽 「석가정토」가 왜 왼쪽의 「아미타정토」보다 훨씬 더 높고 넓으며 화려하게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석가정토는 청운교 백운교 자하문을 지나면 나오는 공간(석가여래의 사바세계로 대웅전 석가탑 다보탑 등이 위치)이고 아미타정토는 연화교 칠보교 안양문을 통하면 나오는 공간(아미타여래의 극락정토로 극락전이 위치). 사바세계를 극락세계보다 더 장엄하게 표현한 것은 사바세계에서 온갖 유혹을 물리치고 스스로 깨우침을 얻는 것(자력문)이 아미타여래에 의지해 깨달음을 얻고 극락으로 가는 것(타력문)보다 더 고결하다는 불교정신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관장은 해석한다. 강관장의 이러한 시선은 정면 회랑구조에 대한 탁월한 분석에 바탕을 둔다. 왼쪽 아미타정토와 오른쪽 석가정토의 회랑을 보면 아래는 석조, 위는 목조로 되어있다. 석가정토회랑의 경우 맨아래 불규칙한 석조물만이 기단이고 그 위의 정교한 석조물은 기단이 아니라 하나의 층이며 따라서 전체적으로는 2층구조가 된다는 것이다.아미타정토회랑의 석조물은 두층으로 이뤄져 전체적으론 3층처럼 보인다. 그러나 석조기둥 앞모양이 목조기둥과 다른 점 등으로 볼 때 목조구조물과는 독립된 것이며 전체적으로는 단층인 셈이다. 결국 석가정토회랑을 2층으로 하고 아미타정토회랑을 단층으로 함으로써 석가정토를 더 고결하게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아미타정토를 단층으로 하면서도 3층으로 보이도록 했을까. 이에 대해 강관장은 『단층으로 보이게 한다면 통상 중층으로 짓는 정토건축에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석가정토와 균형을 이루지도 못하므로 전체적으로 3층처럼 보이도록 절묘한 구성을 꾀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석조물과 목조물의 절묘하고도 아름다운 조화, 불교사상의 완벽한 구현. 이것이 바로 불국사의 본질이다. 〈이광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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