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기록 공모 장려상 안승분씨]주부들 『눈물난다』

  • 입력 1997년 9월 1일 20시 50분


최근 저축추진중앙위원회 가계부기록 공모에서 장려상을 받은 주부 안승분(安承芬·31·서울 도봉구 방학동)씨는 올 추석을 보름 앞둔 1일 재래 시장에서 남편과 두 딸의 속옷 값으로 3만원을 지출했다. 『작년 추석 때는 두 아이에게 4만원짜리 원피스와 2만원짜리 치마를 사줬는데 올해는 추석빔을 아예 포기하고 이것으로 때울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안씨는 지난해 8월의 경우 남편(35·중소기업 부장)의 월급 1백71만원(상여금과 수당 포함)에서 총지출을 빼고 66만원이 남아 꽤 여유가 있었다. 21만원을 주택융자금 상환에 쓰고 4만원을 적금으로 넣은 뒤 나머지 41만원을 여러 개 통장에 분산시켜 「현금 굴리는 재미」도 있었다. 그러나 올 8월에는 1백79만원으로 오른 남편의 봉급에서 가계지출을 빼놓고 보니 남은 돈이 45만원. 이 돈으로 주택융자금 21만원을 내고 지난 1월부터 매월 14만원씩 붓는 비과세저축통장에 입금하고 나자 10만원이 달랑 남았다. 안씨는 달마다 들쭉날쭉한 의료비를 맞추는 일이 제일 어렵다.며칠 전 첫째 딸 소연(6)이가 갑자기 열이나 한밤에 병원에 데리고 갈 때 비상금이 없어 쩔쩔맸다. 가계 사정도 모른 채 화만 내는 남편이 정말 야속했다. 남편은 올해 처음 유치원에 입학한 소연이와 학습지를 구독하는 둘째딸 소영(4)이 때문에 8월 교육비가 62만원이나 빠져 나간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아파트 관리비가 지난해에 비해 1만5천원, 교통비가 5천원 가량 올라 그것을 만회하려고 시장바닥을 휘젓고 다니며 10원을 아끼려고 애쓰는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울컥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안씨는 평소 대형할인매장에서 보름치 생활용품을 사고 재래 시장에서 야채와 과일을 산다. 동네가게 주인은 어쩌다 사지 못한 물건을 사러 가게안에 들어서면 시큰둥한 표정이다. 안씨가 현재 쓰고 있는 가계부에는 외식비란이 텅 비어 있다. 9월에는 친정 식구의 결혼에 대비해 작년보다 3만원을 더 줄여 써야 한다. 지난해 추석 때와 같이 추석상여금에서 20만원을 떼내 시댁과 친정에 10만원씩 미리 부치고 경기 포천에 모두 있는 시댁과 친정에 버스로 다녀올 예정이다. 안씨는 『7년째 자동차도 없이 교통비와 용돈을 받아 가는 남편과 절약하는 생활에 익숙해 있는 아이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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