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선발대회에도 재수바람이 불고 있다」.
미스코리아를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유명한 서울의 한 미용실. 미스코리아 예선대회 8개월 전인 7월부터 미스코리아가 되는 방법을 문의하는 전화가 심심치 않게 걸려온다. 참가자들은 적어도 6개월 전부터 몸매를 가꾸고 의상 코디네이션법과 화장법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고도 첫 도전에 실패하면 재수 삼수도 마다하지 않는 미인들이 늘고 있다.
이들이 헛된 꿈으로 여러 해의 시간을 낭비하는 폐단을 막기 위해 미스코리아 사업본부에서는 예선을 통과하여 본선에 진출했던 사람들의 재도전을 아예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예선 탈락자가 다음 대회에 응모하는 일은 흔한 일이다.
지난 5월 열렸던 97미스코리아대회의 본선 입상자 8명 중 확인된 재수생만도 2명. 이들은 96년대회 때 예선에서 떨어지자 출신지를 바꿔 올해대회에선 마침내 꿈을 이뤘다.
서울 A미용실의 이모씨는 『한번 떨어진 사람이 재도전해 꿈을 이루는 것이 쉽지 않아 재수는 말리는 형편』이라며 『하지만 예선에 떨어져도 「다음 번에는 꼭 되겠다」는 각오로 서울의 유명 미용실을 찾는 재수생들이 더러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는 미스코리아가 되는 것은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것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부와 명성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89년 미스코리아 선이 된 후 연예계에서 활동하다 재벌가의 며느리가 된 고현정씨는 대표적인 선망의 대상.
사회학자들은 미스코리아가 되는 것이 신분 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여성들이 있는 한 젊은 여성들의 미스코리아에 대한 동경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여성들은 두 세차례의 도전에서도 미스코리아가 되지 못하면 다른 미인대회나 모델선발대회 탤런트 시험 등의 연예인 등용문을 두드린다.
슈퍼엘리트 모델인 B양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 그녀는 2년 연속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했으나 낙방하자 슈퍼엘리트 모델선발대회로 눈을 돌려 당당히 1위에 입상했다. 또 올해 지방예선에서는 입상했으나 본선에서는 입상하지 못한 A양은 모 방송사의 탤런트 모집에 원서를 내놓은 상태.
대중문화평론가 조병준씨(37)는 각종 미인대회가 늘어나고 응모인원이 많아질 뿐 아니라 재수생까지 생기는 경향에 대해 『예전에는 지적 능력과 같은 정신적인 면만을 능력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았다』며 『이제는 마치 운동선수의 신체적 능력을 인정해주듯 외모도 하나의 능력으로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풀이했다. 조씨는 『하지만 적지 않은 젊은 여성들이 미스코리아가 되는 것이 신데렐라처럼 하루 아침에 쉽게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어 자신의 몸을 어떻게든 상품화하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나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