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수술 받은 초등생 김도희양,半남은 얼굴로 애써 미소

  • 입력 1997년 7월 7일 20시 05분


『사랑하는 도희야. 너의 조각난 얼굴을 떠올리는 엄마 마음 갈갈이 찢기움은 어쩔 수 없구나. 도희야. 그래도 엄마는 기쁘단다. 네가 살아있으매…』 오늘도 元卜希(원복희·39·서울 청운초등교 교사)씨는 미국에 있는 딸에게 편지를 띄운다. 초등학교 5학년인 김도희양(11)은 지난 5월7일 미국 보스턴에서 21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고 얼굴 한쪽을 잃었다. 병명은 평활근육종. 얼굴에 악성종양이 생겨 점점 얼굴 전체를 파먹어가는 희귀병이다. 도희양은 3학년이던 95년 8월 이 희귀병을 앓기 시작해 1년5개월간 서울대병원에서 28번의 방사선치료와 항암제투여 등 온갖 치료를 받았지만 희망의 빛은 보이지 않았다. 병원비 마련을 위해 집까지 판 아버지 金容昶(김용창·40)씨는 지난해 말 『마지막 삶을 여한없게 해주라』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직장에 사표를 내고 딸과 여행을 다녔다. 그러던 어느날 미국 보스턴의 어린이전문병원에 가면 목숨은 건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딸을 이 병원으로 데려가 수술을 받았다. 도희양은 수술후 오른쪽 얼굴의 절반이 없어진 것을 보고 『그냥 죽게 놔두지』하며 절규했으나 사회봉사를 하는 미국인 언니 오빠들의 따뜻한 보살핌에 마침내 웃음을 되찾았다. 일반병실로 옮긴 뒤 도희양은 병원내 놀이방을 찾아 다른 어린이환자들을 위해 피아노를 쳤다. 절망을 딛고 일어선 한 한국인 소녀가 연주하는 미국민요 「스와니 강」은 그 자리에 있던 의사 간호사 어린이환자 부모들을 감동시켰고 그들은 즉석에서 「도희를 위한 기도」를 올렸다. 도희양의 소식이 현지 한인사회에 「제2의 성덕 바우만」처럼 전해지자 교포들도 정성을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희양은 아직 남아있는 악성종양을 마저 도려내야 하고 성형수술도 해야 한다. 보스턴 친구를 통해 이 소식을 접한 가수 노영심씨는 『미국인들의 국경을 넘어선 인류애에 감동했다』며 『자선음악회 등 모든 방법을 찾아 도희양을 돕겠다』고 말했다. 현재 도희양은 아버지와 함께 미국인 사회봉사자의 집에 머무르며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윤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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