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일을 하다보니 어느 부부보다도 함께 하는 시간이 많지만 서로 독자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부 마임이스트로 활동해 온 동갑내기 최규호 박상숙씨(38)의 부부 행복론이다. 이들은 지난 78년 서울의 한 극단에서 만난 이래 한결같이 같은 무대에 서오다 84년 결혼했다. 지금은 인천 항동에 살면서 자신들이 운영하는 인천 경동의 돌체소극장에서 광대 마임을 함께 가르친다. 하지만 이들은 최근 연기활동의 「독립」을 선언했다. 광대연기만을 고집하는 남편과는 달리 다양한 주제의 마임(무언극)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박씨는 지난 3월 이혼한 여자가 자살에 이르는 내용을 다룬 「소리없는 아우성」을 혼자 공연했다.
최씨는 『부부라고 해서 서로를 속박하려 들면 안된다』며 『우리는 가정 밖의 사회생활에 대해 절대로 꼬치꼬치 묻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기를 하다보니 각자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게 되지만 부부로서 상대에게 양심에 걸릴 일을 하지 않는다는 자신과 믿음이 있다는 것.
부부가 모두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에는 가사분담때문에 흔히 다툼이 생기지만 이들에게는 이 역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내 박씨는 『연기를 삶의 중요한 기둥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집안일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먼저 집에 오는 사람이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닥치는 대로 집안일을 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인 딸 은비에 대해서도 하나의 인격으로 독자성을 보장해주는 것은 마찬가지. 박씨는 『딸아이가 방을 치우지 않건 어떻게 꾸미건 상관하지 않으려고 해요. 아이에게도 그 나름의 생각이 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이나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