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월북문인에 대한 해금조치가 단행된 뒤 우리 시사(詩史)의 커다란 공백을 메우는 인물로 재평가된 「사슴」의 시인 白石(백석). 최근 해방 이후 북한정권하에서의 그의 행적을 보여주는 동시집 「집게네 네형제」 사본이 국내에 입수됐다.
이 책은 57년 조선작가동맹출판사간. 60년대 초 숙청된 것으로 추정되는 백석이 마지막으로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쳤던 때의 작품이다.
「집게네 네형제」에는 우화와 산문시를 절충한 형태의 동화시 12편이 실려 있다.
이미 북한당국의 강압적인 문화어(표준말)정책이 실시되고 있어 백석 특유의 평안도 사투리 시어는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집게 개구리 오징어 너구리 달래 등 토속적인 동식물들을 등장시킨 점이나 구전설화 등을 소재로 삼은 것은 해방 이전의 향토적인 시세계와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속에 담긴 내용들도 계급적 색채보다는 보편적인 인간애 등을 강조하는 것이다.
표제작인 「집게네 네형제」는 집게 모습이 부끄러워 소라껍데기 조개껍데기를 뒤집어썼던 형제들이 모두 덮어쓴 껍데기 때문에 오해를 사 어이없이 죽었지만 집게 모습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던 막내집게는 살아남았다는 교훈을 담았다.
「집게네 네형제」는 내주 실천문학사의 「백석전집」, 시와사회사의 「집게네 네형제」로 출간된다.
〈정은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