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EBS간부 敎師부인 「촌지기록부」…5월 총4백만원

  • 입력 1997년 6월 19일 20시 06분


검찰이 교육계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한 초등학교 여교사의 「촌지 기록부」를 발견해 교육당국을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서울지검 특수2부 수사팀은 지난 13일 교육방송(EBS)간부(구속중)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촌지 기록부」를 발견했다.

이 촌지 기록부는 서울 모초등학교 여교사인 간부부인이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를 개조해 만든 일종의 촌지 명세서.

50대의 이 여교사는 자신이 담임하고 있는 반의 학생 30여명의 명단이 번호순으로 적힌 생활기록부의 오른쪽에 빈칸을 마련, 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학부모들에게서 받은 촌지 액수와 선물 목록을 상세히 기록했다.

한 예로 97년 5월 어느 날에는 「김○○ 20만원, 이×× 15만원, 박△△ 상품권 10만원,○○○ 립스틱, ○○○ 향수, ○○○ 손수건」 등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장롱에서는 립스틱 3백여개와 30만원이 든 봉투 3개 및 포장을 뜯지 않은 각종 선물도 발견됐다.

촌지 기록부를 본 검찰 관계자는 『어떤 학부모는 매월, 대부분의 학부모는 계절마다 한번꼴로 촌지나 선물을 주었으며 1년 내내 빈칸으로 있는 학생은 한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학기 초나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에는 촌지와 선물 합계액이 3백만∼4백만원대에 달했다』며 『여교사는 올해뿐만 아니라 최근 몇년동안 담임했던 학급의 촌지 명세서를 매년 만들어 보관해왔다』고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여교사가 받은 촌지는 관행을 넘는 것이기 때문에 뇌물수수죄로 처벌할 수도 있으나 이 문제는 수사가 아니라 의식개혁과 제도개선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며 『해당학교에 촌지수수 사실을 통보해 사표를 받게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진상조사뒤 이 여교사를 중징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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