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이 임자를 만났다」는 관촌수필의 작가 이문구. 30여년을 「훈민정음 스물넉자에 기대 살아온」 그가 외도인 줄 알면서도 이래저래 발표해온 산문들을 모았다.
「혀 짧은 소리도 침묵보다 낫다」는 작가의 글은 거짓말보다는 참말, 꾸밈말보다는 바른말, 맺힌 말보다는 풀린 말로 가득하다.
『사람을 품평할 때 건물에 빗대 「세무서 같은 사람」 「경찰서 같은 사람」 「도서관 같은 사람」이라고 하는데, 맨 후자는 정말 지성미와 교양미와는 거리가 멀다.
도서관은 때만 되면 저자에게 공문을 띄워 저서를 기증해달라고 성화다. 건물만 번드레하게 지어놓고 동냥아치처럼 동냥질이나 비렁뱅이처럼 비럭질로 도서를 채워놓겠다는 속셈이 아니고 뭔가』
(이문구 지음/엔터/6,500원)
〈이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