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사상의 국제화는 올바른 번역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번역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에 대한 연구작업이나 전문인력양성에는 인색했던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 미국의 불교학자 종교철학자 20여명이 참가, 신라의 원효(617∼686)사상을 중심으로 한국학 관련 저술 번역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심포지엄 「원효의 사상체계와 원효전서 영역(英譯)상의 제문제」(주최 국제원효학회·후원 동아일보)가 30일 동국대에서 열렸다.
로버트버스웰 미국UCLA교수는 주제발표논문 「원효저술 번역의 제문제」에서 단순한 직역을 넘어 원효 연구성과나 원효사상에 대한 배경지식 등이 번역서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스웰은 원효저술의 독특한 서술방법에 관한 깊이있는 이해, 원효사상을 한국불교 차원이 아니라 동아시아 불교사상의 맥락 속에서 파악할 것 등을 번역의 선행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는 또 『원효에 영향을 끼친 작품, 신라불교의 교리적 실천적 정치적 의미, 불교 해석문헌에 자주 등장하는 은유나 상징 등에 대한 설명도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원효사상의 체계, 접근방법 등에 관한 논의도 활발했다. 朴性焙(박성배)미국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교수는 주제발표논문 「원효의 논리」를 통해 기존학자들의 원효사상에 대한 논의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이들이 각각 헤겔식 변증법 해체주의 등 서구사상과 문화라는 적합치 않은 틀로 원효사상을 해석했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尹元澈(윤원철)서울대교수는 『서구적 이론틀로 동양문화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그자체만으로 비판 받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원효의 불교사상을 서구적인 틀로 바라본다는 것은 「종교 안에서 종교적인 체험을 해야만 종교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인지, 오히려 종교 밖에서 객관적으로 종교일반이나 현상 등을 바라보는 것이 진정한 종교연구인지」 등과 같은 연구방법론의 문제에 맞닿아있다. 윤교수는 이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우리 종교학의 한 과제라고 지적하고 이를 통해 원효사상은 더욱 풍성하게 해석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金煐泰(김영태)동국대교수는 주제발표에서 원효의 일관된 사상체계는 여러 견해를 하나로 조화시키는 화쟁(和諍)과 화회(和會)이며 동시에 물질과 마음이 통일되는 일심(一心)사상으로 요약된다고 보았다. 동국대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가 공동 설립한 국제원효학회는 이번 심포지엄의 성과를 바탕으로 2000년까지 원효의 저술 전부를 영역할 계획이다.
〈이광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