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달의 작가」 마루야마 겐지 작품 국내 상륙

  • 입력 1997년 5월 29일 08시 42분


철저한 문학정신과 서정성, 문명비판의식으로 무장한 일본작가 마루야마 겐지(丸山健二)의 문학이 국내에 급상륙하고 있다. 지난 94년 「물의 가족」이 번역소개된 후 「달에 울다」 「좁은 방의 영혼」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가 앞다투어 나왔다. 다음주에는 「밤의 기별」(김춘미 번역, 하늘연못)이 출간된다. 「싸움 나무 아래에서」 「천일의 유리」 「소설가의 각오」 「아침해가 비치는 집」은 하반기 이후 일제히 출간된다. 일본 패전의 해에 태어난 그는 지난 66년 최연소 아쿠타가와상 수상자가 된 후 매년 1권 이상의 작품집과 장편을 발표하고 있다. 생계비를 아껴서 원하는 작품만 쓰겠다는 결의를 한 후 자식도 낳지 않았다. 현재 일본 북알프스 산록의 작은 온천도시 시나노 오마치에서 논밭과 측백나무로 둘러싸인 곳에 살고 있다. 어느 문학단체 계파 출판사에 귀속되는 것도 거부해왔으며 아쿠타가와상 수상 후 어떤 문학상도 거부해왔다. 50세 생일 날, 자기 작품세계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삭발한 후 매일 면도하듯 머리를 밀고 있으며 선글라스 청바지와 가죽부츠를 즐겨 착용한다. 마루야마는 어려서 『국어교사였던 아버지의 문학서적들을 많이 접하기는 했지만 정작 감화를 받은 것은 허먼 멜빌의 「백경(白鯨)」 하나였다』고 밝혔다. 이 작품의 영향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선박통신사가 됐다. 일본어에 대한 강한 애착과 「달과 물의 작가」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자연과의 친화력을 보이고 있다. 그는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와 비교되곤 한다. 무라카미는 명문 와세다대 문학부에서 7년간 공부했으며 번역이 가능할 만큼 영어와 프랑스어에 능하다. 교토 도쿄에서 글을 써왔으며 록을 비롯한 미국 대중문화와 도시 서정을 표현하는데 능하다. 김형경 신경숙 윤대녕씨 등 문체미학에 탁월한 작가들이 마루야마 문학을 눈여겨보고 있다. 시인 이문재씨는 「달에 울다」를 읽고 「겐지에 울다」란 시까지 쓸 정도로 매료됐다. 〈권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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