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수 기자] 늘 문명의 이기에 묻혀 살기 때문에 현대인들은 문명의 위대함을 잊고 지낸다. 어릴때 늘 동네에서 보았기 때문에 메뚜기나 쇠똥구리가 예쁜 줄 몰랐던 것처럼.
곤충들이 등장하는, 자연을 소재로 한 영화 「마이크로코스모스」는 역설적으로 문명의 고마움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특수카메라와 촬영장비가 없었다면 어떻게 길이 1㎝도 안되는 개미나 무당벌레 거미의 환상적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을까.
지난 겨울 서울시내 극장에서 40만 관객이 관람했던 「마이크로코스모스」가 비디오로 나온다. 「파브르의 곤충기」의 나라 프랑스에서 생물학자 출신인 클로드 누리드사니와 마리 페레누 감독이 15년간의 연구와 3년동안의 촬영끝에 만든 작품이다. 실제 영화길이의 40배에 달하는 80㎞의 필름을 썼다고 한다.
어느 여름날 아침. 구름이 걷히고 날이 밝으면 사마귀가 하늘에서부터 초원으로 급강하한다. 떠오르는 태양을 머금은 거대한 풍선같은 이슬방울들. 양귀비 꽃가루를 모으러 부지런히 날아다니는 벌들과 잠에서 깨어나는 무당벌레. 흔히 아는 곤충들이지만 카메라로 클로즈업된 모습은 영 다르다. 그야말로 빛의 잔치다. 형형색색의 빛깔과 그 자체로 완벽한 조화를 이룬 곤충들의 모습. 우리 사는 세상 어디에 저런 아름다움이 있었나 싶도록 숨막히는 장면들이 잇따른다.
대사는 전혀 없다. 1시간10분남짓 나비의 숨소리와 무당벌레의 비상하는 소리, 그리고 극적 효과를 위한 음악과 음향이 있을 뿐이다.
「마이크로코스모스」는 또 생명의 찬가다. 인생이 덧없이 고단하기만 한 사람은 1㎝도 안되는 쇠똥을 굴리다 나뭇가지에 걸려 애쓰는 쇠똥구리의 노고를 볼 필요가 있다. 소프라노의 성스런 노랫소리를 배경으로 이끼위에서 뜨겁게 사랑을 나누는 달팽이의 모습은 유머가 넘친다.
이 영화가 기존의 자연다큐멘터리와 다른 점은 곤충의 눈높이에 맞췄다는 것. 자연을 관찰대상으로 삼지 않고 꿈과 사랑과 고단함이 있는 삶 자체로 승화시킴으로써 관객의 공감을 얻는 「영화」로 만들어냈다.
손범수아나운서의 더빙 설명이 들어있는 아동용도 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