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체제의 KBS교향악단이 베르디 만년의 걸작오페라 「오텔로」로 힘찬 출범을 맞는다.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취임을 눈앞에 둔 정명훈은 오는 27일 KBS홀, 28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과 테너 김남두, 소프라노 김영미, 바리톤 고성현 등 성악진 협연으로 오페라 「오텔로」갈라콘서트를 갖는다.
「오텔로」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에 바탕을 둔 베르디 74세때의 대작으로 이번 공연에서는 연극적 요소를 생략한 채 연주회 형식에 따라 무대에 올려지게 된다.
「오텔로」는 흑인이라는 인종의 벽을 딛고 베네치아의 장군이 된 오텔로(테너 김남두)와 그를 계획적으로 파멸시키는 간신 이아고(바리톤 고성현), 오텔로의 열등감과 질투로 인해 남편의 손에 의해 살해되는 부인 데스데모나(소프라노 김영미)의 세 사람을 축으로 벌어지는 드라마.
베르디 만년의 작법에 나타나는 중후한 힘과 박력, 뛰어난 관현악법이 돋보이는 대작이다.
주요 배역진 중 눈에 띄는 이름은 타이틀 롤인 오텔로역의 테너 김남두(39). 최근에야 국내에 이름이 알려진 김씨는 로마 올림픽 극장에서 96년 4월 오텔로역으로 출연하면서 일약 국제적 스타로 발돋움한 대기만성형 신예다. 그의 목소리는 힘과 박력의 표현 및 비극적 영웅상에 적절한 「스핀토 드라마티코」로 표현된다.
정씨는 김씨에 대해 『놀랄 만한 가수다. 한국인으로서 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그만큼 힘있고 극적인 목소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평했다.
정씨는 세계적 레코드사인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지난 93년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소프라노 셰릴 스튜더, 바리톤 세르게이 레이퍼쿠스 등 초1급 성악가들과 바스티유 오페라 관현악단을 동원, 「오텔로」전곡음반을 녹음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한편 올해부터 이탈리아 로마의 성 체칠리아 음악원 관현악단 수석지휘자로 활동하게 된 정씨는 도쿄서울을 근거지로 한 아시아 필하모니 관현악단과 KBS 등 세가지 이상의 주요직책을 오가며 정력적인 활동을 펴게 됐다. 정씨는 최근 『파리에서 자란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생활근거지는 당분간 파리에 두겠다』며 파리 관현악단 등 주요 연주단체의 상임지휘자 또는 음악감독직 교섭이 진행중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정씨는 오는 8월19일부터 24일까지 파리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주관하는 「젊은이의 날」 행사의 음악감독을 맡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