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中-美참여 日국제연극페스티벌]4國4色 한무대에

  • 입력 1997년 3월 16일 09시 44분


[동경〓김순덕 기자] 피는 물보다 진하다. 그렇다면 피보다 진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지난 7일부터 일본 도쿄의 삼백인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모노드라마페스티벌 「가족」은 급격한 사회변화에서 「핏줄보다 진한 무엇」을 생각하게 하는 무대다. 우리나라를 비롯, 미국 일본 중국 등 4개국이 참가한 이 연극제에는 나라마다 독특한 문화와 문제의식이 담긴 작품이 선보여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양(羊)복제이후 「인간 복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데 때맞춰 미국은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여자의 「진정한 부모찾기」를 그린 「부모」를 선보여 폭발적 관심을 끌었다. 「익명의 정자」를 통해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된 아가사는 극심한 자아혼돈 끝에 『피가 섞였느냐, 누가 길렀느냐로 가족을 가리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나에게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바로 부모』라고 결론짓는다. 테크놀러지의 발달로 가족의 정의와 의미도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잘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은 무대였다. 우리나라 대표로 참가한 박정자씨는 김정옥씨(국제극예술협회 세계본부회장)가 극본 연출을 맡은 「그 여자의 초상」(극단 자유 학전 제작)을 출품했다. 일제때 남편을, 6.25로 아들을 잃은 연극배우 「박정자」. 1951년 피란지에서 브레히트 원작의 「억척어멈」을 갑오농민전쟁을 배경으로 옮긴 연극을 공연하는 어머니 역. 전화의 상처와 아픔을 딛고 「한 여자」로서 꿋꿋이 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날좀 보소 날좀 보소 아들딸 다 잃고 혼자된 날좀 보소』하며 목놓아 울던 그가 『비가 오든 바람이 불든 내겐 무대가 있다』고 일어서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박정자의 연극은 한국적 문화와 상황, 브레히트의 형식과 정신이 잘 어우러져 인류의 보편적 정서를 그려냈다』는 것이 나카네 다다오(中根公夫·도쿄국제 공연예술축제 총책임자)의 평가. 한편 중국은 경제적으로 무능한 남편과 유능한 아내의 갈등을 그린 「부처야화(夫妻夜話)」를 공연, 자본주의 도입이후 여성들의 목소리가 드높아진 집안을 「목구멍 병(病)」이라는 유행어로 부르는 중국의 세태를 코믹하게 그려냈다. 일본은 오키나와에서 홀로 사는 여인이 도시에서 사는 남편과 아들을 그리는 「고향으로 돌아와요, 그대」를 통해 세대간의 갈등을 표현했다. 4개국 공연을 관람했다는 마쓰모토 에미코는 『나라마다 표현은 다르지만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다』고 반가워했다. 이번 페스티벌은 일본 현대연극협회 주최로 오는 20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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