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경마장에도 『떴다 오빠부대』…20대중반이 대부분

  • 입력 1997년 2월 28일 20시 24분


[이헌기자] 농구장이나 배구장에만 「오빠부대」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경마가 열리는 주말 과천 서울경마장의 관람석에는 삼삼오오 자리잡은 젊은 여성팬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른바 경마장의 오빠부대. 이들은 좋아하는 기수가 레이스에 나설 때마다 큰소리로 환호성을 올리거나 응원하는 기수의 이름을 적은 간이플래카드를 흔들며 화이팅을 외친다. 몇몇 열성팬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경주에 출전하는 기수와 경주마가 경주에 앞서 컨디션을 선보이는 예시장까지 쫓아가 노골적으로 관심을 표시하기도 한다. 편지와 선물공세를 벌이는 것도 기존 오빠부대와 닮았다. 서울경마장내 기수회 사무실에는 기수들앞으로 보내온 편지와 사탕 초콜릿 등을 포장한 선물꾸러미가 끊일 날이 없다. 특히 국내최고의 기수로 불리는 박태종이나 김옥성 권진환 등은 많을 때는 한달에 1백통에 가까운 팬레터와 선물을 받아 치솟는 인기를 실감케 한다. 경마장의 오빠부대가 일반 오빠부대와 다른 점은 구성원의 연령대. 10대가 주축이 된 기존의 오빠부대와 달리 이들은 20대,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20대 중반부터 후반까지가 대부분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일체의 생활이 베일에 가려있던 기수들이 팬들에게 관심의 표적으로 떠오른 것은 90년대 들어서부터. 경마가 대중레포츠로 자리잡으면서 급격히 늘어난 젊은 여성팬들이 오빠부대의 주축이 됐다. 매주 서울경마장을 찾는다는 김소영씨(26·여·회사원)는 『좋아하는 기수를 응원하면서 경주를 관전하다보면 스트레스가 말끔히 풀린다』며 『오빠부대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열성팬들의 뜨거운 공세는 본격적인 교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90년대초까지 명기수로 이름을 날렸던 김명국조교사는 여성팬과 결혼에 골인했으며 지금도 일부 기수들은 팬과 열애중이다. 한편 서울경마장 기수회(회장 홍대유)는 20대팬을 주축으로 이뤄진 PC통신 경마동아리 「경마장 가는 길」의 요청에 따라 2일 회원과 기수들이 만남의 자리를 갖기로 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