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주부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땅을 사라고 권유하는 「부동산 텔레마케팅」이 성행, 투기를 조장하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 「△△개발 컨설팅」이라는 상호를 내걸고 있는 이들 업체는 요즘 서울 강남구 신사동 논현동 주변에서만 수십군데가 성업중이다.
이들 업체는 주로 낮시간에 여유자금을 갖고 있을 만한 서울 강남지역 주부들에게 전화를 걸어 「좋은 땅이 있다」 「구입만 하면 1,2년내에 5∼10배이상 오른다」며 땅사재기를 부추기고 있다.
이들은 『올해는 10년마다 돌아오는 부동산 활황주기의 첫해인데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어 땅값이 크게 오를 전망』이라며 『한보사건 이후로 은행도 믿을 수 없고 주식시장도 불황이기 때문에 확실한 투자는 「땅」뿐』이라며 주부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들이 주로 소개하는 땅은 △카지노나 레저단지로 개발예정인 강원도내 영월 정선 태백 삼척 등 폐광지역 △서해안 대불공단 주변 △전남 여천공단 △경기 파주시 등으로 식당이나 상가 호텔 등이 들어설 만한 곳이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A컨설팅회사의 경우 전화를 거는 직원만 30여명. 직원 이모씨(29·여)는 『전화번호부를 보고 하루에 1인당 3백통씩 무작위로 전화를 건다』며 『명예퇴직 등의 여파로 재태크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지난해보다 땅매입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Y컨설팅 회사 직원 김모씨(32)는 『강원도 폐광지역의 땅은 평당 3만∼5만원인데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에 빨리 살수록 유리하다고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전화상담에 관심을 보이는 주부에게는 사무실로 와달라고 요청, 각종 자료와 개발계획도 등을 보여준 뒤 현장확인까지 시켜준다. 강원도에 있는 땅은 1주일에 두세번 고객들을 모아 회사 승용차로 가고 전남 여천공단처럼 먼 곳은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로 가서 보여준다.
업체들은 개발지역의 땅을 토지 소유주로부터 계약금(지가의 10∼15%)만 걸고 미리 확보한 뒤 이를 2백∼3백평씩 나눠 5,6명에게 나눠 팔거나 공동명의로 매각하고 있다.
이때 대부분의 부동산회사는 자신의 명의로 등기를 하지 않고 프리미엄만 붙여 신청인들에게 바로 매각하는 불법 미등기전매방식을 쓰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高秉哲(고병철)씨는 『땅을 분할매입하거나 공유지분으로 살 경우 개발이 돼도 구입자끼리 의견통일이 안되면 재산권 행사가 어려워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더구나 시장 군수의 위임없는 「미등기 전매」는 불법으로 부동산업자가 신청인들의 계약금만 받고 도주하더라도 구제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전승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