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기자]
○…술생각이 나는 사람은 서울 동숭동 문예회관소극장에 연극 「신촌 비둘기」를 보러 가보자. 연극이 끝날 무렵 협찬사인 보해에서 제공하는 소주와 매실주를 실컷 마실 수 있다. 단 「술제즐시모(술을 제대로 즐기려는 시민의 모임)」에 가입해야 한다.
서울교육극단에서 제작한 「신촌 비둘기」는 술을 주제로 한 연극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술제즐시모」회원들이다. 시적인 분위기가 나는 제목 「신촌 비둘기」는 신촌 젊은이들의 토사물을 먹고 살기 때문에 취해서 날지 못하는 불쌍한 새라는 뜻이다.
○…극장 안에 들어서면 대중가요 「찬찬찬」의 가사를 바꾼 노래 『투명한 글라스에 원샷 러브샷…』이 울려퍼진다. 입장하는 관객들에게는 알코올 중독 진단용 설문서가 한장씩 주어진다. 「음주때문에 필름이 끊어진 일이 있는가」 등 20개의 설문가운데 「예」가 3개 이상이면 알코올중독자라는 진단이 떨어진다.
○…박은희씨가 극본 연출을 맡은 이 연극에서는 관객도 등장인물이 된다. 배우들과 함께 자신의 음주 첫 경험을 이야기한다.
『여고 수학여행때 선생님의 눈을 피해 친구들과 옥상에서 술을 먹다가 곯아떨어졌다』 『초등학교때 아버지가 마시다 남긴 소주를 홀짝거린 일이 있다』는 등 다양한 경험이 소개된다.
이어 남녀 관객 2명을 무대로 초청해 「술제즐시모」신입회원 입회식을 갖고 나면 배우와 관객이 함께하는 「술판」이 벌어진다. 소주와 매실주가 한껏 제공되지만 관객들은 이미 「술제즐시모」에 심정적으로 가입한 탓인지 마구 술을 마셔대지는 않는다. 연극을 통한 교육을 추구하는 서울 「교육」극단이 벌써 효력을 나타내는 까닭이다. 23일까지. ☎02-760-4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