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21세기/여성시대]2010년 달라진 사무실풍경

  • 입력 1996년 12월 31일 18시 15분


「康秀珍기자」 2010년, 경기 분당에 있는 한 위성사무실. 타다닥 타다닥.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나현명씨(33)의 손끝이 바쁘게 움직인다. 나씨는 위성통신망으로 세계 각국을 연결한 위성사무실에서 「따로 또 같이」 근무하는 동료들과 회의중이다. 나씨는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다국적기업인 「아마존」사의 전략기획팀장. 아마존사의 본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있지만 세계 각국에서 채용된 직원들은 각자 자기 나라에 있는 위성사무실로 출근해 업무를 본다. 「텔레커뮤팅」이 일반화된 이후 지방파견근무나 해외근무를 꺼리던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급증했다. 나씨는 자판을 두드리던 손을 놓고 갑자기 크게 웃는다. 유럽연합에 근무하는 동료 남자직원이 『성희롱 당했다』며 농담을 했기 때문. 나씨는 오늘 아침 전자신문 「마이다스동아일보」를 통해 「유럽남성, 직장내 성희롱피해 급증」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예전에는 성희롱이 남성상사와 여직원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었지만 요즘은 여성상사가 늘어나면서 남성들의 피해가 부쩍 늘었다. 아마존사에도 여성상사가 훨씬 많다. 관리층의 64%가 여성.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20세기말만 해도 아마존사는 여느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남성이 관리층의 99%를 차지했다. 그러나 창업주의 딸인 여성학자가 경영을 맡게 되면서 과감한 기업리엔지니어링을 단행해 중소기업에서 오늘날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기업리엔지니어링의 핵심은 남성위주의 직장문화를 깨는 것. 회사구조를 개편, 남성 중간관리층을 대폭 없애고 여성을 축으로 한 팀제도로 바꿨다. 남성직원은 기획분야보다는 홍보파트와 판매에 집중돼있다. 여성고객이 많다보니 텔레마케팅이나 내레이터 모델직은 모두 부드러운 목소리와 건장한 체격을 가진 남성들의 차지가 됐다. 이같은 기업리엔지니어링은 전 세계적인 추세. 국내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여성들이 관리직에 대거 진출하면서 「술자리문화」 「사우나상담」 등의 뒷거래식 기업문화가 거의 사라졌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부정부패를 줄이는 「투명한 기업문화」관행의 정착을 촉진시켰다. 또 리더의 조건도 부하직원을 잘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흐름을 재빨리 읽어내고 소비자의 요구를 제품으로 연결시키는 순발력과 유연한 사고력이 중시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직관력과 감성지수(EQ)가 높은 여성들이 유리진 것. 미래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는 LG커뮤니카토피아연구소의 김은미박사는 『앞으로 10∼15년후면 산업사회에서 정보화사회로 옮아가면서 여성의 유연한 사고와 감수성이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며 『기업들도 여성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구조자체를 바꾸는 것은 물론 현재 일본에서 실험단계에 있는 텔레커뮤팅이 일반화되면서 주부의 사회참여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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