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자의 「산타할아버지 40년」…前공무원 이해창씨가족

  • 입력 1996년 12월 24일 20시 36분


색동회 부회장 李海昌(이해창·73)씨와 두 아들 弘柱(홍주·40·두손이벤트 대표) 官柱(관주·37·사업)씨는 크리스마스 아침이 못내 아쉽다. 루돌프가 끄는 썰매는 없지만 자루에 선물을 가득 담은 산타클로스 노릇을 그만 끝내고 내년을 기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 부자 산타클로스는 올 12월 한달동안 밤마다 서울 곳곳의 어린이들에게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올해는 이해창씨가 산타할아버지로 나선지 40년을 맞아 보람과 아쉬움이 유난히 큰 해. 그의 산타 이력은 지난 5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도청 공무원으로 어린이 합창반을 지도하던 그는 유치원 교사의 부탁에 당시만 해도 생소한 산타클로스로 나섰다. 두 아들은 지난 88년 이씨가 중풍에 걸려 대물림으로 산타클로스를 자청했다. 이씨는 92년 건강을 회복, 다시 산타로 복귀했다. 삼부자가 주로 찾는 곳은 고아원 유치원 미술학원. 선물은 초청자들이 내놓지만 이씨가 수고비를 받은 기억은 거의 없다. 그러나 두 아들은 세대가 달라 약속한 액수를 받는다. 아이들에게 우선 한해 반성을 시키고 선행을 말하게 한 다음에야 선물을 준다. 율동과 옛날 이야기도 빠질 수 없는 항목. 특히 이해창씨는 60, 70년대 라디오프로에서 「하모니카 할아버지」로 이름을 날린 경력이 있어 아이들을 즐겁게 만드는 솜씨가 뛰어나다. 예전에는 하루 7, 8곳을 찾아다녔으나 요즘은 차가 막혀 두세곳 찾기도 빠듯하단다. 『아이들이 「가짜 산타 할아버지 아니냐」고 묻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갈수록 가짜 산타라고 의심하는 나이가 낮아지는듯 하다』고 이씨는 껄껄 웃는다. 〈權基太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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