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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9월 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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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결정 창구 일원화… 국가전략상에 간 나오토
외상 오카다-재무상 후지이-관방장관 히라노
새로운 일본호를 이끌 민주당 정권의 진용이 골격을 드러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차기 총리 겸 당 대표는 5일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대행을 부총리 겸 국가전략상에,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을 외상에, 후지이 히로히사(藤井裕久) 최고고문을 재무상에 내정했다. 당 운영을 책임지는 간사장에는 당내 최고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대행을, 내각 대변인 격인 관방장관에는 자신의 최측근인 히라노 히로후미(平野博文) 대표비서실장을 내정한 데 이은 조치다. 하토야마 대표는 7일 당 간부회의에서 이를 공식 발표하고 이번 주 중으로 나머지 인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 하토야마-오자와-간 트로이카 체제
민주당 정권은 내각과 당으로 이원화됐던 자민당 정권의 정책결정 시스템을 내각으로 일원화할 방침이다. 국가전략국을 신설해 부총리급 책임자를 앉힌 것은 이를 상징하는 인사다. 국가전략상은 과거 부처 간 정책조정을 담당해 온 관방장관의 일부 역할을 떠맡을 뿐만 아니라 당의 정책조정을 담당하는 정책조사회장을 겸임한다. 간 국가전략상 내정자는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1996년 하토야마 대표와 함께 민주당을 창당한 후 정치적 운명을 함께해 온 동지이자 라이벌이다. 당 대표를 2차례 지낸 데다 계파의원도 30명에 이른다. 민주당의 상징적 공약인 관료주의 혁파를 신념으로 삼고 있는 인물로 관료사회 개혁도 그의 몫이다.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차기 정권에서도 ‘하토야마-오자와-간 트로이카 체제’는 그대로 유지될 듯하다. 그는 당초 관방장관 후보로 유력시됐지만, 하토야마 대표로서는 총리의 의중을 철저히 내각에 반영하고 고위공무원 인사권을 행사하는 관방장관에 그를 앉히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후문이다.
외상에 내정된 오카다 간사장은 깨끗하고 원칙주의자라는 이미지 때문에 당내 소장파의 지지를 받는 것은 물론 대중 인기도도 높다.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고 독자적 행보를 하는 그는 5월 대표선거에서 소장파의 지원을 등에 업고 하토야마 대표와 겨룬 바 있다. 외교와 환경문제에 밝은 정책통이란 점이 외상 발탁 이유다. 하토야마 차기 총리의 외교방침인 ‘대등한 미일관계’와 ‘아시아 중시’를 어떻게 구현할지 주목된다. 그는 7월 말 도쿄 주재 한국특파원들을 초청해 “민주당 정권에서 한일관계는 확실히 좋아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제관료 출신이어서 재무상 후보로도 거론됐으나 소비세 인상 등 당 공약과 배치되는 소신을 갖고 있어 배제됐다. 정치 입문 초기에는 오자와 차기 간사장에게 정치를 배웠으나 지금은 거리를 두고 있다.
후지이 재무상 내정자는 1993년 비(非)자민 연립정권에서 대장상을 지낸 정통 재무관료 출신이다. 1993년 오자와 차기 간사장과 함께 자민당을 탈당한 이후 정치적 선택을 항상 함께 해온 동지다. 당의 최고 원로로서 하토야마 대표에게도 경제정책을 조언해왔다. 그는 경제회복을 책임지는 것은 물론 간 국가전략상 내정자와 함께 민주당의 복지공약 재원을 마련하는 게 최대 임무다.
○ 정부는 친정체제, 당은 오자와에
정부와 당의 핵심 요직이 내정됨에 따라 향후 민주당 정권이 어떻게 운영될지도 그림이 그려지게 됐다. 기본은 ‘정부는 총리가, 당은 간사장이’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하토야마 대표는 5일 오자와 차기 간사장을 만난 후 기자들에게 “정부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 당무는 간사장이 확실히 해달라고 오자와 씨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의 남은 요직인 국회대책위원장과 참의원 의원회장 등은 오자와 차기 간사장이 실질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각에 투입될 100명 안팎의 여당의원에도 오자와 차기 간사장과 가까운 인물이 다수 포함될 수밖에 없어 그의 영향력은 당과 정부에 두루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토야마 대표와의 역할 분담에 따라 당과 국회를 장악하게 된 오자와가 정책 거부권을 쥐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사민당 국민신당과의 연립여당 정책협의도 그의 몫이다.
하토야마 대표가 당내 최측근인 히라노 비서실장을 내각의 최측근 자리인 관방장관에 내정한 것은 정부를 친정체제로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오자와 차기 간사장과 간 국가전략상 내정자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카드이기도 하다. 노조 간부 출신으로 오랫동안 하토야마 대표를 보좌해 온 그는 내각과 국회 운영에서 하토야마 대표의 메신저 역할에 충실할 것으로 보인다. 또 오자와 차기 간사장이 지명할 국회대책위원장과 국회운영을 협의하는 창구이기도 하다. 다만 부처 간 정책조정은 국가전략국 최고책임자인 국가전략상에게 내주게 돼 과거보다 위상은 한 단계 떨어졌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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