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수정兒 친권 엇갈린 판결 논란

  • 입력 2002년 11월 24일 18시 21분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제공받아 낳은 아이의 아빠는 누구일까?”

법원이 최근 이에 대해 엇갈린 판결을 내려 인공수정으로 낳은 아이에 대한 아버지의친권문제를 법으로 규정하는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지법 가사9단독 홍이표(洪利杓) 판사는 이혼을 앞둔 부인 A씨가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제공받아 출산한 아들(5)에 대해 남편은 친권이 없다”며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가 아님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에서 “아이에 대한 남편의 친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홍 판사는 “생식 불능인 피고는 원고와 합의해 다른 남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아이를 낳기로 합의했고 이후 아들을 호적에 기재했으므로 아들에 대한 친권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우리 민법 체계상 친생자관계의 존재 여부는 자연적 혈연관계를 기초해 정해지는 만큼 자신의 정자로 낳지 않은 아들에 대한 친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A씨는 92년 B씨와 결혼한 뒤 아이가 생기지 않자 부부 합의 하에 96년 정자은행을 통해 인공수정을 한 뒤 아이를 낳았지만 불화로 이혼을 앞두고 아이에 대한 친권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그러나 2000년 서울지법은 인공수정으로 아들을 낳은 이혼녀가 전 남편을 상대로 낸 같은 소송에서 “현행 민법에는 부인이 혼인 중에 임신한 자식은 아버지의 자식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부부가 합의를 통해 인공수정으로 낳은 아이는 남편의 아이로 봐야 한다”며 이와 반대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입법의 미비가 사실이고 아직 대법원의 판례조차 없기 때문에 법관의 견해에 따라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다”며 우선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려 보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길진균기자 le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