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특집]가스-수도관-보일러전문가 3인의 越冬준비 조언

  • 입력 2002년 11월 4일 16시 34분



《추운 날씨와 더불어 생활을 더욱 고생스럽게 만드는 ‘3인방’은 가스 누출, 보일러 고장, 수도관 동파(凍破). 최전선에서 서민들의 이런 고충을 보고 처리해온 세 사람의 ‘해결사’에게 이번 겨울나기의 준비 요령을 들어봤다.》

#가스안전만큼 중요한 게 있나요.(도시가스 서초관리소 김정숙 검침원)

“편리한 만큼 정말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게 가스예요.”

대한도시가스 서초3지역관리소에 근무하는 김정숙 검침원(45·여·사진)은 ‘가스 안전 불감증’의 위험성을 몇 번이고 강조했다. 특히 요즘처럼 겨울 초입(初入)에는 어느 때보다 가스 안전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설명이다.

“어떤 음식점은 벽에 걸어둔 가스 스토브의 호스를 끊어둔 것도 잊고 있어요. 호스를 막지도 않고 말이에요. 무심코 중간 밸브를 틀었다고 상상해 보세요. 갑자기 가스가 대량으로 새고, 호스 옆 가스레인지에는 음식이 펄펄 끓고 있고….”

1년 동안 쓰지 않은 난방기구를 한창 쓰기 시작하는 때인 만큼 세심히 주의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그는 음식점 등에 안전점검을 나갈 때 이런 안전 불감의 현장을 심심찮게 발견한다.

“가스누출검지기를 쓰는데 냄새를 못 맡을 정도로 미세하게 가스가 새도 잡을 수 있어요. 음식점은 특히 음식 냄새와 뒤섞여 가스 냄새를 잘 맡을 수가 없죠.”

때문에 매월 4일 ‘자가 점검일’마다 꼭 점검하는 습관을 들일 것을 김씨는 주문했다. 스펀지에 비눗물을 묻혀 배관 이음새 등을 닦으면 바로 누출여부를 알 수 있다는 것. 검침원에 의한 안전점검은 음식점 등 영업장은 3개월에 한번, 일반 가정은 6개월에 한번씩이다.그는 “처음 검지기에 ‘가스 누출’을 알리는 빨간 불이 들어왔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면서 “3년 반정도 일해보니 빨간 불이 들어와도 침착하게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말하는 비상시 조치요령은 침착. 가스가 새는 것 같으면 우선 환기를 시키고 지역 관리소에 연락하라는 것. 또 가스가 대량으로 샐 경우 자동으로 밸브가 막히는 ‘퓨즈콕’을 액화석유가스(LPG)를 쓰는 일반 가정도 꼭 장착할 것을 추천했다. 도시가스를 쓰는 지역은 대부분 이 장치가 보급됐으나 LPG를 쓰는 가정 또는 영업장의 보급률이 50% 수준에 불과하다.

“가스 보일러가 있는 다용도실의 창문을 꼭 열어두시고, 몇 번을 찾아가도 없는 집은 제발 대문에 붙여둔 연락처로 연락 좀 주세요”라는 게 그의 당부였다.

#난방비 적게 들고 안전하고…. 보일러 점검 하세요.(린나이코리아 이용철 팀장)

“보일러를 켜는 스위치는 어디에 있는지 알죠. 하지만 보일러가 집안 어디쯤 놓여 있는지는 사람들이 잘 몰라요.”

린나이코리아 서비스팀 이용철 팀장(40·사진)은 고객들이 보일러에 대한 기초 지식이 너무 없다고 꼬집었다.

스위치 위치를 몰라도 사고는 나지 않지만 보일러 정비가 부실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법. 이 팀장은 1년에 1번 정도는 보일러를 점검해 줄 것을 당부했다.

“기본점검부터 해야죠. 전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배기가스는 새지 않는지 등을 체크해야 합니다.”

이 팀장은 보일러 관리를 크게 3가지로 나눴다. 가장 일상적인 점검이 바로 기본점검. 여름 내내 세워둔 보일러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전에 전체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다음에는 외관점검이에요. 보일러가 벽에 제대로 붙어 있는지, 배기관 이음새에 가스가 새지는 않는지, 중간밸브는 이상이 없는지 체크해야 합니다.”

외관점검은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점검. 가스가 새는지는 비눗물을 이용해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연료비를 줄여주기 위한 점검을 해야 합니다. 그을음을 제거하고 필터를 청소해 주면 연료비가 훨씬 줄어듭니다.”

서울은 대부분 가스보일러지만 시골에는 아직 기름보일러가 많다. 기름보일러는 배기관에 그을음이 쉽게 생긴다. 그을음을 제거해 주면 훨씬 부드럽게 보일러가 작동한다.

물이 원활하게 돌게 하기 위해서는 필터 청소도 필수. 대부분의 보일러는 본체 앞면 혹은 사용 설명서에 필터 청소법이 적혀 있다. 본인이 직접 날을 잡아 필터를 청소해도 좋다.

#수도관 동파는 간단한 준비로 막을 수 있답니다.(서부수도사업소 황춘 반장)

“겨울철 수도관 동파는 대표적인 ‘인재(人災)’입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서부수도사업소 황춘 계량기반장(51·사진)은 13년 동안 수도관과 수도 계량기를 관리한 베테랑. 노련한 그도 찬바람이 몰아치는 겨울밤에는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한다. 다음날이면 으레 수도관과 계량기 동파 신고가 줄을 잇기 때문이다.

“한파와 폭설이 몰아닥쳤던 2000년은 정말 떠올리기 싫어요. 한강변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는 전체 가구의 80% 정도의 수도 계량기가 얼어서 터졌을 정도니까요.”

2000년 겨울 서울 시내에서 일어난 수도 계량기 동파 신고는 6만3888건. 이는 99년(1만2266건)에 비해 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서울에서만 하룻 밤에 수도 계량기 1만591개가 얼었다. 이 때문에 용산구와 마포구 전 지역을 맡고 있는 황 반장과 동료 직원 5명은 며칠씩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어떤 가정에서는 수도계량기가 7번이나 얼어서 그 때마다 새것으로 교체를 했습니다. 나중에는 그 집 주인이 ‘단골이니까 수도 계량기 값을 깎아 달라’고 농담을 건네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죠.”

황 반장은 겨울이 오기 전에 수도 계량기 보호함에 헌옷가지를 넣고 비닐커버로 함 뚜껑을 덮을 것을 권했다. 일반 주택은 계량기 보호함이 열려 있지 않은지, 뚜껑이 부서지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빈집의 수도 계량기가 터져 아파트 복도까지 수돗물이 흘러나와 빙판을 이루는 데도 이웃집 주민들이 신고를 하지 않아요. 또 이웃 주민의 신고로 얼어붙은 계량기를 교체했는데 ‘내가 신고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계량기 값을 못 준다’고 버티는 얌체도 있어요.”

황 반장은 “수도 계량기는 얼면 새것으로 바꿀 수 있지만 얼어붙은 세상 인심은 쉽게 바꿀 수 없다”며 “날씨가 추워질수록 겨울나기 준비를 서두르고 이웃을 돌보는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박용기자 parky@donga.com

박형준기자lovesong@donga.com

▼수도관 터지면 국번없이 121 신고…▼

아무리 잘 예방해도 사고는 일어나기 마련이다. 특히 가스나 보일러 사고는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겨울철 사고가 생기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전문가들의 조언을 모았다.

▽수도관이 얼어 터지면〓관할 수도사업소나 국번없이 121(상수도사업본부)로 신고하면 된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고 수돗물이 나오지 않으면 십중팔구 수도관이 터진 것이다. 만약 계량기나 수도관이 언 정도라면 미지근한 물을 사용해 녹이면 된다. 복도식 아파트는 특히 수도계량기 동파 사고가 잦은 곳이다. 웬만한 추위에 견딜 수 있도록 수도관 주위를 옷으로 동여매 주는 게 좋다.

▽가스관이나 보일러에 이상이 있으면〓곧바로 중간 밸브를 잠그고 환기를 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때 집안 전열기구를 만지는 것은 절대 금물. 전등을 켜서도 안되고 전화를 해도 위험하다. 전화할 때 정전기가 일어나 자칫 잘못하면 폭발할 수 있기 때문. 가스관이 새거나 보일러에 이상이 있다는 것은 마늘이 썩는 듯한 고약한 냄새로 알 수 있다. 가스는 원래 무색, 무취이지만 가스제조업체들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역한 냄새를 첨가했기 때문이다.

긴급조치를 취했다면 밖으로 나와 각 보일러 제조회사나 한국가스안전공사(02-3411-0019)로 전화하면 된다. 20여개 보일러 제조업체 가운데 대표적인 곳은 린나이(국번없이 1544-3651), 경동보일러(1588-1144), 귀뚜라미보일러(1588-9000) 등이다. 하지만 대형사고가 났을 때에는 국번없이 119로 연락하면 된다.

겨울철 안전사고 비상 연락처 및 대처요령
분류비상 연락처(국번없이)대처요령
수도관 동파121(상수도사업본부)·관할 수도사업소나 121로 연락
보일러 이상1544-3651(린나이)·중간밸브를 잠근다·환기를 시킨다·보일러 제조회사나 한국가스안전공사로 연락
1588-1144(경동보일러)
1588-9000(귀뚜라미보일러)
가스 이상02-3411-0019(한국가스안전공사)
자료: 각 회사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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