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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9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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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도 수십개 국가의 여러 업종에서 가치보다 낮게 거래되는 주식을 찾아내야 한다는 점에서 백락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인터넷과 교통이 발전하면서 시간과 거리의 제한이 줄어듦에 따라 월가에서 직접 한국 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도 늘고 있다.
미국 록펠러재단에서 올 1월에 독립한 헤지펀드 L-R글로벌의 애널리스트 매튜 장(28)은 오전 7시부터 오후 8∼9시까지 매일 13∼14시간 동안 유망종목을 찾는다.
우선 거시경제와 구조조정 등을 살피는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투자할 나라를 정한다. 그 다음에 보텀업(Bottom-up) 방법으로 종목을 선택한다. 회사의 재무제표와 애널리스트의 분석보고서를 보고 후보를 고른 뒤 회사를 직접 방문해 경영자를 만나 비전과 기업지배구조 등을 꼼꼼히 챙긴다. 업계 최고의 시장점유율과 자기자본이익률(ROE) 및 현금창출 능력 등도 빼놓지 않는 체크리스트다.
그가 이런 방식으로 고른 종목은 국민은행 태평양 현대자동차(우) 코디콤 환인제약 삼일제약 등. 2000년 가을, 그가 L-R글로벌에 들어왔을 때 한국 투자비중은 20%였지만 지금은 50%로 높아졌다. “주가가 많이 떨어지거나 오를 때 흔들리기 쉬운데 그럴 때일수록 투자원칙을 지키는 것이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그의 활약 덕분이다.
반얀펀드매니지먼트의 시니어 애널리스트인 제임스 한(33)도 진주찾기에 밤낮이 없다. 자딘플레밍증권 등에서 7년 동안 은행 애널리스트를 한 그는 ‘심층분석’으로 승부한다. 이 방법은 업종이나 종목을 분석할 때 모든 항목을 검토하는 것보다 가장 중요한 요소를 골라내 그것을 철저하게 분석해 투자결정을 내리는 것.
예를 들어 한국의 은행을 분석할 때는 업무이익이나 총자산이익률(ROA) 또는 ROE보다 무수익대출채권(NPL)에 중점을 둬야 정확한 투자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NPL이 많다는 것은 대출심사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며 금리도 적정하게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며, 주주를 중시하는 기업지배구조도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이라는 것.
캘리포니아에 있는 매튜캐피털(MIC)의 애널리스트인 마이클 오는 한국 중국 홍콩 싱가포르 인도 등 아시아 국가의 여러 기업들을 자주 찾는다. 그의 종목선정 방법은 ‘GARP(Growth At a Reasonable Price)’. 브랜드 파워와 마케팅 능력이 뛰어나면서도 거시경제 변화에 맞춰 성장도 계속하는 기업을 적정 주가에 투자한다. 총 6억달러 가운데 3억달러를 한국에 투자하는 코리아펀드의 지난해 수익률은 70%나 됐다. 올해는 9월말까지 11%.
펀드의 높은 수익률 뒤에는 진흙 속에 묻혀 있는 진주를 찾기 위한 애널리스들의 땀이 배어 있다.
뉴욕〓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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