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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7월 29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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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그렇다고 공상 속의 얘기만은 아니다. 실제로 1908년 6월 시베리아 퉁구스카 지역의 원시림 위로 불덩어리가 떨어졌다. 직경 50m 정도의 소행성이었지만 제주도 크기(약 2000㎢)만한 숲이 완전히 타버렸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 1000개가 폭발하는 것과 맞먹는 충격이었다.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6500만년 전 지름 12㎞ 정도의 혜성이 지구와 충돌했다.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서 발견된 직경 195㎞의 분화구가 바로 그 흔적이라고 한다. 이 충돌 때 화재로 기상이변이 발생했고 지구 생물의 70%가 사라졌다는 게 과학자들의 가설이다. 이때 공룡도 멸종했다는 것이 그럴싸한 주장이다.
▷소행성의 지구 충돌은 수도 없이 많았다. 지금까지 발견된 흔적만 100군데가 넘는다. 타원형 궤도를 돌고 있는 소행성일수록 충돌 가능성이 있다. 천문학자들은 소행성의 움직임을 철저히 연구했다. 지구와의 충돌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 지구에 충돌하는 소행성의 지름이 7㎞ 이상이면 ‘딥임팩트’에서처럼 전 지구적 재앙이 될 수 있고 지름 1.7㎞ 이상인 경우엔 거대한 해일을 일으켜 해안도시를 삼킬 수 있다고 한다. 다만 큰 것일수록 확률이 낮아 수백만년에 한 번 정도에 불과하다.
▷과거에는 소행성의 충돌을 예견할 수 없었다. 충돌하고 난 후에야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천문학의 발달로 충돌 확률이 정확히 계산된다.앞으로 17년 뒤 직경 2㎞짜리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것이라고 예견됐다. 미국 뉴멕시코주 링컨 지구근접소행성연구소 천문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2019년 2월 1일 초당 28㎞의 속도로 지구와 충돌한다는 것. 옛날 같으면 지구의 종말을 점치는 예언서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영화에서처럼 미리 핵폭탄으로 궤도라도 바꿔야 하는 건지, 아니면 차라리 ‘사과나무’를 심고 있는 편이 나은 건지 두고볼 일이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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