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총장실 점거인가

  • 입력 2002년 3월 29일 18시 27분


서울대생들이 어제 새벽부터 총장실에서 농성을 벌여 대학행정을 흔들고 있다. 학교 측이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떼를 지어 총장실로 몰려가 강제로 점거한 것은 지성인답지 않은 행동이다. 얼마 전에는 서울대 총학생회 학생들이 대학본부에서 등록생 명부 파일이 들어 있는 컴퓨터 본체를 탈취하기까지 했다. 새 학기를 맞아 면학 열풍이 불어야 할 대학 캠퍼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개탄스럽다.

이기준 총장 사퇴, 신입생 모집단위 광역화 철회, 등록금 인상 철회 등 학생들의 요구는 학생다운 방법과 절차를 통해 처리돼야 한다. 이 총장의 사외이사 문제에 대해서는 본란에서도 적절치 못한 처신이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학생들이 택한 과격한 방법이다.

많은 서울대생들이 졸업 후에 우리 사회 각계 각층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다.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대학 측에 맞서 물리력을 휘두른 일부 서울대생들이 졸업 후 과연 사회 정의에 합당한 처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학생들은 총장실 점거와 컴퓨터 탈취를 통해 서울대를 목표로 공부에 몰두하고 있는 수많은 후배들에게 무엇을 보여주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안으로 눈을 돌리면 총장실 점거는 대학은 물론 공부에 전념하려는 대다수 학생들에게도 피해를 줄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각급 학교에서 사제(師弟)관계가 붕괴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학생들이 스승의 가르침과 꾸지람을 외면하고 과격하게 행동한다면 학교에 과연 무엇이 남겠는가.

총장실을 점거한 서울대생들이 빨리 이성을 되찾기를 촉구한다. 학생들의 대화제의를 거부하다 불상사가 벌어지자 뒤늦게 대화에 나선 대학 측도 반성해야 한다. 학생들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 해서 대화를 피하고 외면해서 되겠는가. 대화를 하되 잘못을 지적하고 필요하면 처벌까지 하는 것, 그것이 스승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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