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1월 16일 17시 11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하지만 그는 ‘알코올 중독자’가 아닌 ‘알코올 전문가’로 통한다. 두산의 ‘야전 사령관’ 최형호 마케팅 담당 상무(40). 하루가 멀다하고 변하는 소비자의 입맛만 연구해 새로운 술을 만들어내는 게 그의 임무다. 90년대 이후 소주의 역사는 최 상무와 같이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가 업계의 ‘독종’으로 통하는 것은 목표를 위해서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기 때문. 창의력과 관련된 우뇌를 발달시키기 위해 왼손에 악력(握力) 증강기를 쥐고있다시피 했고 운전도 항상 왼손으로 할 정도로 그는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주와 ‘친해지기’ 위해 한잔도 못 하던 소주를 매일 1병씩 집으로 들고 와 마신 것도 업계의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
그 결과 소주시장에서 그의 손을 탄 제품은 대부분 ‘대박’을 터뜨렸다. 86년 진로에 입사한 뒤 93년부터 본격적으로 제품개발에 뛰어든 그는 데뷔 첫해 업계 최초로 돌려 따는 소주 ‘진로 골드’를 개발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이전까지만 해도 모든 소주는 병따개를 써야 해 불편이 많았지만 이 제품 개발 이후 타사들도 비슷한 제품을 내놓아 지금은 병따개를 써야 하는 소주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후 상품개발팀 초대팀장을 맡으면서 ‘참나무통맑은소주’를 선보여 또 한번 자사 브랜드의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수도권에서 수요가 급증하면서 커진 유통지배력 덕택에 다른 제품도 잘 팔리는 효과를 거두게 된 것.
98년에는 자리를 경쟁사인 두산으로 옮겨 ‘대박 신화’를 이어갔다. 마케팅부장으로 배치되자마자 소주 업계 최초로 여성을 광고모델로 등장시켜 화제를 낳기도 했다.
최 상무의 역작은 뭐니뭐니해도 최근 소주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산(山)’. 지난해 1월 탄생과 함께 던져진 ‘녹차와 소주의 깨끗한 만남’이란 슬로건도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시작과 끝 모두가 차별화된 ‘산’은 금방 소주시장의 화두가 됐다. ‘최단기간 최고 판매량’이라는 신기록도 당연 ‘산’의 몫이었다.
“소주의 독(毒) 성분을 완화하고 고급 이미지를 살릴 수 있는 제품을 연구하다 녹차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제품의 성공에 대해 자신은 있었지만 이 정도로 좋은 반응이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산’은 현재 10%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이며 수도권을 기준으로는 15%가량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