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현대음식문화 프로이트식 비판 ‘프로이트는 요리사였다'

  • 입력 2002년 1월 4일 18시 46분


◇ 프로이트는 요리사였다/제임스 힐만·찰스 보어 지음/김영진·양현미 옮김/248쪽 1만원 황금가지

“삶의 원칙은 에로스다. 다만 구강 기관이 최초의 에로스 기관은 아닐지라도, 생애 마지막까지 이르는 식사를 통해 최종적인 에로스 기관으로 남는 것은 아닐까? 나는 말년에 이르러서야 이것을 사실로 믿게 됐다. 나의 제자들이 학설을 구축한 초창기 구강 에로티시즘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했었는데 그렇게 하지를 못했다.”

융 학파의 정신분석가인 저자들은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의 입을 빌려, 프로이트가 성에서 찾았던 것을 모조리 음식으로 바꿔놓았다.

저자들은 ‘지그문트 프로이트 기록 보관소’에서 프로이트의 원고를 찾아 소개한다며 자신들은 편저자로 자처한다. 물론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 책의 저자는 프로이트가 아니다. 이는 프로이트에 대한 지독한 왜곡이지만 너무 노골적인 왜곡이라서 오히려 흥미롭다.

이들은 “우선 성적 본능의 기본은 구강성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먹는 것을 좋아한다”며 대식(大食), 비만, 음식물 알레르기, 신경성 식욕부진, 다이어트와 건강식품의 유행, 비타민과 미네랄의 탐닉, 음식물 공포, 발암물질에 대한 편집증 등 음식과 관련된 온갖 현상이 근본적으로 이로부터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오럴 섹스의 증가도 바로 구강성이 성적 본능의 근본임을 증명해 주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저자들은 방대한 자료를 이용해 실제로 프로이트의 말과 글을 인용함으로써 그의 학문적 태도뿐 아니라 개인적 면모까지 생생하게 되살리며 이 책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이 책을 프로이트 만년의 유고로 가정하고 좀더 현대적인 통찰력을 발휘하면서 프로이트를 통해 음식과 요리에 관한 현대인들의 문화를 비판한다.

음식과 다이어트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의 건강식 노이로제를 비판하며, 음식이 신체에 영양을 공급할 뿐 아니라 정신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하는 이들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현대인들에게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보다 더 심각한 것이 소화불량이라는 말에도 무릎을 칠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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