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청각장애 충주성심학교 56명 1박2일 병영체험 눈길

  • 입력 2001년 7월 13일 20시 36분


들리지 않고 말할 수 없어 군대에 가지않을 청각장애 학생들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를 병영체험을 가졌다.

“신고합니다. 충주성심학교 이수빈 외 55명은 2001년 7월 12일부터 13일까지 병영체험 입소를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12일 오전 9시 충북 괴산군 증평읍 37사단 신병교육대 연병장. 발음이 부정확하기는 하지만 약간 말을 할 줄 아는 이수빈양(17·고 2)이 원칙대로 신고식을 마쳤다.

학생들은 이어 특공무술 시범을 본 후 유격훈련에 들어갔다. 통나무구르기 삼단뛰기 섬건너기 사다리오르기 등 코스를 돌며 땀에 뒤범벅이 됐고 물에 빠지기도 했다.

저녁식사 후 부모님께 편지쓰는 시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보호 속에만 자란 학생들은 호된 훈련으로 느낀 바가 적지 않았던지 빼곡이 사연을 적어 나갔다.

“교관과 조교 형님들의 통제 속에 유격 훈련을 받으면서 사랑으로 보살펴온 부모님 생각이 떠올랐어요. 앞으로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원정빈군·16·고 2)

“기숙사 생활을 하며 외롭고 불만스러웠는데 군인 형님들은 주말에도 집에 못 가더군요. 군대에 가지 못할텐데 이런 체험을 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예요….”(윤기호군·16·고 1)

이들은 장병들이 흔들어 깨우는 ‘기상나팔’에 일어나 1.5㎞ 구보와 제식훈련을 마친 뒤 학교로 돌아갔다.

이번 병영체험은 아들 태형군(13)을 이 학교에 보내고 있는 이 부대 하상일(河相逸·40)소령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하소령은 “주말마다 성심학교 학생 한 두명씩을 데려와 부대를 구경시켜주곤 했는데 학생들이 군인처럼 생활해 보고싶다고 졸랐다”며 “자칫 나약해지기 쉬운 장애인들이 강인한 정신력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증평=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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