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5월 8일 18시 4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증권가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은어(隱語)다. 주식시장에 처음 발을 내디딘 투자자들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게 당연하다.
한 집단의 성격이 독특할수록 그 집단만의 은어가 발달하는 경향이 있다. 매일 천문학적 금액의 치열한 머니게임이 벌어지는 증권가도 예외가 아니다. 투자자들의 절박한 심리 탓인지 증권가의 은어는 표현이 강한 것이 많다.
‘몰빵’이 대표적이다. ‘몰다’라는 말과 ‘때린다’는 뜻의 속어인 ‘빵’을 합친 표현이다. ‘몰아서 때린다’는 뜻으로 ‘한 종목에 있는 돈을 모두 털어 투자하는 모험적 투기’를 지칭한다.
‘흔들기’라고 하면 화투를 좋아하는 사람은 단번에 ‘배판’을 떠올릴 수 있겠다. 증시에서는 허수로 매도주문을 많이 내 주가를 떨어뜨린 뒤 저가에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주로 작전세력들이 주식을 확보할 때 쓰는 수법이다. 주가를 떨어뜨릴 목적으로 매물을 인위적으로 불려나갈 때 ‘두들겨 팔기’라는 말이 사용되기도 한다.
어떤 종목이 큰 인기를 끌어 팔자 물량이 단 한 주도 없고 상한가에 사자 물량만 잔뜩 있는 경우 투자자들은 ‘문닫았다’고 표현한다. 반대로 팔자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 ‘문 열었다’가 된다.
널리 알려진 ‘물타기’는 주가가 떨어질 때 추가로 더 사서 평균 매입단가를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반대로 자기가 산 종목의 주가가 오르고 있는데도 더 오를 것 같아 추가로 사들여 평균 매수단가를 높이면 ‘흙타기’한다고 말한다.
‘삥’은 격무에 시달리는 증권사 말단 애널리스트들을 가리킨다. 성공한 애널리스트 중에는 30대에 억대 연봉을 받는 스타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말단 ‘삥’들에게 그런 큰 성공은 꿈일 뿐이다.
뜻도 모르고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일본식 은어도 적지 않다. ‘모도리’는 ‘조금도 빈틈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의 순우리말과는 거리가 멀다. 일본어로 ‘되살아난다’는 뜻으로 “시장을 모도리로 볼 수 있느냐”보다 “시장이 회복되고 있느냐”로 표현하는 게 옳다.
‘마바라’는 일본어의 원뜻(소액거래자)에서 변질된 것으로 ‘큰 흐름을 모르고 순간마다 시세에 파묻혀 성급한 매매를 하는’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다. 한발 더 나아가 애널리스트나 투자 상담자 중 그럴듯한 말만 많이 하는 사람, 실력은 없으면서 아는 체만 하는 사람을 비꼴 때 사용되기도 한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