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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월 26일 16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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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97년 앨런 그린스펀 미 연준리 의장과 결혼한 NBC TV기자 앤드리어 미첼이 털어논 얘기다.
독립적인 금리정책으로 미국경제를 건강한 체질로 유지시켜온 것으로 칭송받는 그린스펀은 그 영향력 만큼이나 아리송한 발언으로 유명하다.
지난 25일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그린스펀은 예전의 버릇을 고치지는 못했다.
그가 혹시 오는 30일 예정된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금리인하조치가 필요함을 내비치지 않을까 기대하던 월가의 많은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은 "역시나"하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린스펀은 이날 금리인하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자제하고 부시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감세정책에 대한 의견만을 제시했다.
그중 간접적으로 금리인하와 관련된 그의 발언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거의 제로상태에 가깝다"
"경제가 침체로 갈지 안 갈지는 소비자의 신뢰에 달려있다"
"경기침체의 가능성은 낮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잘 다루어지고 있다"
"금리인하에 대해서는 다른 동료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월가에서는 두 가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나는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이 추가금리인하를 강력히 시사한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경제성장률이 제로에 가깝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하지 않다"는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을 근거로 이달말 FOMC에서 0.50%포인트 금리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어브레이 G 랜스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존스는 "그린스펀 의장은 최근 급속한 경제둔화로 충격을 받고 있으며 이달 말 0.50%포인트의 금리인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각종 언론들도 앞다퉈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인용해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이 추가 금리인하를 강력히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은 25일(현지시각)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이 다음주 추가금리인하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했으며 블룸버그통신도 인터넷 속보를 통해 "연준이 투자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밖에 AP, 로이터, 뉴욕타임스도 그린스펀의 발언이 이달말 연준리의 0.50%포인트의 추가금리인하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또 다른 반응은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이 추가금리인하의 가능성을 희석시킨다는 주장이다.
그린스펀 의장이 감세정책을 지지하는 발언을 함에 따라 감세정책이 금리인하의 페이스(속도)와 폭를 제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CNN은 25일 미국 나스닥증시의 하락요인으로 코닝사의 실적경고와 함께 그린스펀의 발언을 꼽았다.
이날 그린스펀 의장이 금리인하에 대해서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으며 감세정책이 추가금리인하를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파네스스톡의 수석 부회장인 앨런 애커먼은 "그린스펀의 발언은 신뢰를 쌓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CNN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이달말 추가 금리인하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동의하지만 그 폭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노무라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캐롤 스톤은 "성장률이 제로에 가깝다는 발언은 추가금리인하조치를 시사하지만 그 폭이 얼마인지 알아내기는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엇갈린 주장속에 과연 이달 말 연준리가 추가금리인하를 단행할 지 그리고 그 폭은 얼마인지, 그린스펀의장의 발언에 숨겨진 뜻이 어떻게 나타날지 전 세계는 지켜보고 있다.
이병희<동아닷컴 기자>amdg3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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