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6〉
짐꾼의 말을 듣고난 세번째 여자, 즉 밀실의 침상 위에 앉아 있었던 여자가 말했다.
『당신은 아직 젊지만 책도 많이 읽었고 연대기에도 밝아 우리의 말동무가 될수는 있을것 같군요. 그런데,만약 당신을 손님으로 대접한다면그대가로당신은 우리한테 무엇을줄수있지요? 아, 물론 꼭 대가를 계산하고 손님을 대접하는 것은 아닐 테지요. 그렇지만 생각해보세요. 우리같은 젊은 처녀들이 외간 남자를 상대로 술을 마시면서 이렇게 예쁘고 고귀한 얼굴을 공짜로 보여드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옛속담에도 이런 말이 있잖아요. 「무언가 얻을 가망이 없다면 사랑 따위가 무슨 보람이 있으랴?」』
그러자 두번째 여자인 문지기 여자도 거들었다.
『그래요. 무엇이고 얻을 것이 없다면 당신은 무용지물예요. 그러니 썩 돌아가세요』
이렇게 되자 짐꾼은 몹시 슬펐다. 그 예쁜 여자들을 두고 그냥 떠나야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짐꾼에게 짐을 운반해줄 것을 부탁하여 여기까지 그를 데리고 왔던 첫번째 여자가 말했다.
『언니들, 이 분을 괴롭히지 말아요. 이 분은 오늘 저의 일을 정성껏 도와 주었어요. 한마디 군소리도 없이 그 무거운 짐을 여기까지 날라왔잖아요. 딴 사람 같았으면 견딜 수 없었을 거예요. 그러니 이 분의 비용이 얼마나 되든 그건 제가 낼테니 이 분도 끼워주세요』
이 말을 듣자 짐꾼은 감격에 겨워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만 같았다. 그러자 세번째 여자가 말했다.
『좋아. 네 생각이 그렇다면 이 분을 끼워주기로 하자』
이렇게 말하고난 여자는 다시 짐꾼을 향해 말했다.
『그렇지만 당신을 끼워주는 데는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자기와 상관 없는 일에 대해서는 일절 묻지 말아야 해요. 쓸데없는 참견을 하면 채찍으로 호되게 맞을 줄 알아요』
그러자 짐꾼은 말했다.
『잘 알았습니다. 제 머리와 눈을 두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저와 상관없는 일에 나서지 않겠습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혀가 없는 벙어리랍니다』
여자들은 분수 곁에다 식탁을 갖다놓고 꽃이며 아름다운 풀로 장식했다. 그리고는 술을 거른다, 병을 늘어놓는다 하며 식탁을 차렸다. 식탁이 차려지자 세 여자들은 각기 자리에 앉았는데, 그 한가운데다 짐꾼을 앉혔다. 그렇게 되자 짐꾼은 너무나 황홀하여 이게 혹시 꿈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분명 꿈이 아니었다. 그는 세상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세 사람의 젊은 여자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은 것이었다.
『자, 그럼 시작해보기로 하자』
세번째 여자가 말했다. 그러자 첫번째 여자가 일어나 술잔에 술을 따랐다. 그러더니 그것을 그녀 자신이 마셨다. 그녀가 술을 따르고 마시는 동안 다른 두 여자는 아무말 없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잠시 후 첫번째 여자는 다시 두 잔의 술을 따르더니 그것마저도 그녀 자신이 마셔버렸다. 이렇게 연거푸 석 잔의 술을 첫번째 여자가 마시는 것은 아마도 그녀가 가져온 술에 독이 들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그녀들은 향연마저도 이렇게 경건하게 시작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