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악처에게 쫓기는 남편〈10〉
마루프와 상인 아리는 옛 동무를 다시 만나는 기쁨을 나누었다. 아주 오랫동안 어쩔 줄을 몰라하며 기뻐하던 아리가 말했다.
『오, 이건 정말 꿈같은 일이야! 이 객지에서 옛날의 고향 친구를 만나다니! 그건 그렇고, 여보게 마루프, 자네는 어떻게 하여 카이로를 버리고 이 먼 나라에까지 오게 되었나?』
『말도 말게. 카이로에서 내 삶은 지옥이었네』
이렇게 말한 마루프는 마누라인 「똥구멍」 파티마 때문에 당한 고생담을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마친 그는 덧붙여 말했다.
『정말이지 부끄러운 이야기였네. 그렇지만 자네가 아니면 누구한테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나 있었겠나. 그건 그렇고, 그 계집이 고등법원에까지 항소했다는 말을 듣고서야 나는 마침내 그 여자로부터 도망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네. 그리하여 나는 개선문 쪽으로 달아났는데 그때 마침 소낙비를 만났지. 얼마나 비가 퍼부어댔던지 할 수 없이 나는 어느 사원의 퇴락한 승방 안으로 뛰어들어갔지.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면서 나는 거기서 혼자 울고 있었네. 행복을 잃어버린 내 신세가 하도 처량해서 말이야. 그런데 그때 그 사원에 사는 마신이 나타나 왜 내가 그 사원에 들어와 자신의 잠을 깨우느냐고 소리치더군. 그리하여 나는 내 신세 이야기를 털어놓았지. 내 이야기를 듣고난 마신은 내가 원하는 게 뭐냐고 묻더군. 그래서 나는 지옥이라도 좋으니 마누라를 다시 만나지 않을 수 있는 먼 나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지. 그러자 마신은 등에 업히라고 하더니 밤새껏 날아 마침내 이 도성 가까이에 있는 산꼭대기에다 나를 내려놓더군. 내가 카이로를 떠나온 데는 이런 곡절이 있다네』
마루프의 이야기를 듣고난 아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정말이지 자네는 처복이라곤 없는 사람이로군. 어쨌든 잘 왔네. 나의 입장에서는 자네를 이 나라로 데려다준 마신에게 감사해야 할 일일세』
아리가 이렇게 말하자 이번에는 마루프가 물었다.
『그런데 자네는 이십 년 전 집을 나간 뒤 어떻게 하여 이 나라에까지 오게 되었나? 그리고, 보아하니 자네는 그동안 상당히 성공한 것 같이 보이는데 어떻게 해서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나?』
그러자 아리는 말했다.
『따지고 보면 내 신세도 참 기구하지. 이십 년 전 그때 그 절도 사건으로 집을 뛰쳐나온 뒤 나는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이 거리에서 저 거리로 정처없이 헤매고 다녔네. 그러면서도 내가 끝내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던 것은 그때 내 머릿속에는 온통 허황한 꿈으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이었지. 그때 내 나이 불과 열일곱이었으니까 그럴 만도 하지. 그렇게 동가식서가숙하던 나는 마침내 이 도성에 당도하였네. 이후티안 알 하탄이라고 부르는 이 낯선 도성에 말일세. 그런데 이 도성 사람들로 말할 것 같으면 인심이 후하여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동정심이 많지. 어떻게 보면 순진하다고나 할까. 아무튼 이 나라 사람들은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물건을 외상으로 줄 뿐만 아니라, 무슨 말을 하거나 모두 신용해 준다네. 순진하다기보다 이 나라에서는 그만큼 신용을 소중하게 여긴다고 할 수 있겠지』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