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제보’ 공직자라더니 송철호 캠프 인사…의혹 키우는 靑해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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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5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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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정 2년차 증후군’ 실태점검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들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금융위원회 재직 당시 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된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55)의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을 압수수색했다. 2019.12.4/뉴스1 © News1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정 2년차 증후군’ 실태점검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들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금융위원회 재직 당시 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된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55)의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을 압수수색했다. 2019.12.4/뉴스1 © News1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이른바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가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해명을 내놓고 있지만 앞뒤가 맞지 않거나 의문을 해소하기에 부족해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간 청와대는 조국 민정수석실 내 민정비서관실이 김 전 시장 관련 범죄 첩보를 제보받아 이를 그대로 민정수석실 내 반부패비서관실을 거쳐 소관기관인 경찰로 이첩했다고 설명해 왔다.

이와 관련해 이번 사건의 성격을 가를 수도 있는 최초 제보자를 청와대가 제대로 언급하지 않으면서 논란을 더 키웠다.

당초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4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하명 수사 의혹에 대한 그간의 자체 조사 결과를 설명하면서 민정비서관실 A행정관에게 제보한 B씨에 대해 ‘공직자’라고만 언급하고 ‘민주당 등 정치권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냐’는 질문에는 “정당 소속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최초 제보자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인 것으로 파악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송 부시장은 공무원 출신으로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시절에도 근무했지만 2017년에 퇴직해 송철호 현 울산시장 선거 캠프에 합류한 인사다.

캠프 인사가 곧 정당 소속은 아니지만, 통념상 공직자보다는 정치인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 제보가 이뤄진 2017년 10월은 송 부시장이 캠프에 몸담았을 때다.

청와대 관계자가 ‘제보자가 울산시장 선거와 이해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냐’는 질문에 “청와대의 조사 범위가 정해져 있어 제보자를 조사할 수는 없다”고 즉답을 피해, 제보자가 송 시장 캠프 인사임을 드러내는 것을 꺼린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5일 브리핑에서 “청와대는 내부 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제보자가 누구인지, 본인의 동의 없이 밝혀서는 안된다”며 “제보자가 누구인지 밝혔다면 불법이 될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외부로부터 받은 제보를 그대로 반부패비서관실을 통해 경찰로 이첩했다는 게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의 설명이었지만, 전날 청와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A 행정관은 제보를 받아 이를 요약하고 일부 편집해 문건으로 정리했다고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새롭게 추가한 비위 사실은 없으며 “맥락을 보기 쉽게 정리하는 수준”이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특히 최조 제보자인 송 부시장의 제보 경위와 관련해서는 석연치 않은 지점이 여전히 남는다.

청와대는 줄곧 수많은 외부 제보의 하나로 ‘김기현 범죄 첩보’를 받았으며 이를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경찰로 이첩했다고 했지만, 송 부시장은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에서 여러가지 동향들을 요구했기 때문에 그 동향들에 대해 파악해서 알려줬을 뿐”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제보가 들어왔다’는 청와대 해명과는 달리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의 고유 업무가 아닌 김 전 시장 관련 의혹을 청와대에서 파악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 발표 내용은 저희 내부 조사에 국한된 부분”이라며 “그러니 송 부시장의 입장을 물어볼 수는 없었던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당사자인 송 부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017년 하반기 쯤 모 행정관과 통화를 하던 중 울산시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측근 비리가 언론에 많이 떠돈다는 일반화된 내용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해명했다. 김 전 시장 관련 의혹 내용을 누가 먼저 꺼낸 것인지에 대해선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다.

청와대는 A 행정관이 2017년 10월 스마트폰 SNS을 통해 김 전 시장 및 측근 등에 대한 비리 의혹을 제보 받았다고 했으나 송 부시장은 전화 통화를 언급한 점도 차이가 있다.

한편 청와대가 김 전 시장 관련 하명 수사 의혹에 대해서는 자체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대변인과 국민소통수석이 직접 브리핑을 진행하는 등 적극 대응하면서도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관련 ‘감찰 무마’ 의혹에 대해선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는 점도 궁금증을 낳고 있다.

이와 관련해선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달 29일 국회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설명한 것이 사실상 청와대가 밝힌 내용의 전부다.

노 실장은 “당시 수사권이 없는 민정수석실에서 제한된 범위 내에서 조사한 이후 일정 정도 문제점을 확인하고 인사조치하는 수준에서 정리하는것으로 정무적 판단을 했다고 들었다”며 “그 외에 구체적으로는 수사 중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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