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전엔 케이크 선물도 받았는데…파국 맞은 한일정상

  • 뉴스1
  • 입력 2019년 8월 3일 09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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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9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부터 받은 대통령 취임1주년 기념 케이크. (청와대 제공) 2018.5.9/뉴스1
지난해 5월 9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부터 받은 대통령 취임1주년 기념 케이크. (청와대 제공) 2018.5.9/뉴스1
불과 1년여 전 축하 케이크를 주고받았던 한일 정상이 최근 ‘전면전’을 불사하고 있는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9일 취임 후 일본을 첫 방문한 자리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딸기 케이크를 선물받았다. 케이크에는 한글로 ‘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년 축하 드립니다’란 글귀가 있었다.

양 정상 간 네 번째 정상회담이 도쿄 총리관저에서 진행된 후 열린 오찬에서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을 위해 깜짝 축하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이 케이크를 사양한 것으로 전해져 거절 이유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치아가 좋지 않아 단 것을 잘 못 먹는다’는 이유로 먹지 않았지만 오찬 자리엔 다소 어색함이 흐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시 양 정상 간의 미묘한 긴장감은 물론 최근 정점을 찍고 있는 양국 간 분쟁 상황의 근본 배경으로 ‘첫 번째 한일 정상회담’을 꼽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한 지 불과 두 달 후인 지난 2017년 7월 아베 총리와의 첫 회담에서 팽팽한 신경전을 보였기 때문이다.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차 만남을 가졌던 두 정상은 박근혜 정부 당시 합의한 ‘12·28 위안부 합의’를 두고 이견 차를 보였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위안부 합의 파기’를 강조해온 문 대통령은 국민 대다수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단 입장을 내세웠지만, 아베 총리는 우리 정부가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정상 간 대립 각은 두 달 후 열린 두 번째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이어졌다. 양 정상은 2017년 9월 유엔 총회 참석차 열린 회담 자리에서 여전히 역사 문제를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펼쳤다.

당시 외신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에 앞두고 조선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문제과 관련해 “1965년 일·한 청구권 협정에 따라 이미 해결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우리가 동의할 차원의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양 정상은 세 번째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평창 올림픽에서도 다소 어긋나는 모양새가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개막식에 앞서 리셉션을 주최해 북한을 비롯해 정상급 외빈들을 맞이하는데 주력했는데 당시 아베 총리가 별다른 고지 없이 늦게 도착했다.

양 정상은 이어 열린 회담 자리에서도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 문제를 두고 충돌했다. 아베 총리는 훈련 연기를 할 단계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문 대통령은 ‘우리의 주권의 문제이고, 내정에 관한 문제’라며 거리를 뒀다.

양 정상의 관계는 이후 좀처럼 좁혀지지 않은 채 더욱 악화돼 왔다. 지난해 6월 G20 정상회의에서는 회담조차 하지 않을 만큼 관계는 멀어졌고, 지난해 9월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우리 대통령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를 명확하게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악화일로를 걷던 양 정상 관계가 최근 양국의 분쟁 상황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풀이가 전문가들에게서 나온다. 일본 정부는 전날(2일) 한국을 수출관리 우대조치 대상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법령을 의결했고, 직후 문 대통령은 긴급 국무회의를 열어 강도높은 비판 목소리를 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오는 15일 광복절 경축사가 양 정상 관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의 경축사 발언이 대일 관계로 직결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3·1 경축사에서 ‘친일잔재 청산’을 강조했던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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