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결국 ‘비례민주당’ 만드는 與, 대국민 약속 파기 사과부터 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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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결국 비례위성정당 창당에 나서기로 했다. 그제 의원총회에서 사실상 추인을 받았고 오늘 오전 6시부터 24시간 찬반 여부를 묻는 전(全)당원 투표를 실시한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수뇌부가 비례정당 창당에 힘을 실은 상태에서 민주당의 전당원 투표는 비례정당 창당 명분을 쌓기 위한 요식행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향해 ‘위장정당’ ‘가짜정당’ 등이라고 온갖 비난을 해왔다. 심지어 미래한국당을 만든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정당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자신들은 그런 비례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랬던 민주당이 자신들의 비례정당 창당은 미래통합당 1당 저지를 위한 ‘정당방위’라고 강변하는 것은 심각한 자기모순이다. 보수야권 반대라는 명분만 있으면 다 용인될 것이라는 발상은 저급한 진영논리일 뿐이다.

민주당은 군소 야당까지 참여하는 비례연합정당은 자유한국당이 만든 비례위성정당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집권 여당이 비례정당에 참여하고 주도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비례민주당이나 다름없다. 외형상 ‘연합’ 형식을 살리기 위해 군소 야당을 끌어들이는 것은 선거법 등 신속처리안건을 처리할 때 군소 야당과 담합한 ‘4+1’협의체의 변종(變種)이다. 비례위성정당이든 비례연합정당이든 꼼수는 마찬가지다.

비례연합정당이 만들어지면 선거후 당선자들이 원래 정당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선거용 ‘떴다방’ 정당이 될 것이다. 헌법상 ‘직접선거’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있다. 유권자들이 던진 한 표가 어느 정당, 어느 후보를 직접 찍는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진정 비례정당을 만들겠다면 차라리 독자 창당하거나, 참여 정당들이 합당하는 게 법적으로나 도의적으로 바람직할 것이다.

민주당의 비례정당 창당은 결국 제1당을 놓지 않으려는 표 계산만 하면서 군소정당의 사표(死票)방지와 다당제 확립이라는 선거제 개혁 명분을 걷어찬 것이다. 여당 지도부가 이럴려고 1년 넘게 공직선거법 개정을 놓고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는지 묻고 싶다. 물론 정당은 정치적 실리를 외면할 순 없다. 그러나 자신들의 과오나 실책에 대한 솔직한 소명도 없이 남 탓만 하는 억지주장으로 일관한다면 국민들의 정치 불신만 키울 뿐이다.
#더불어민주당#비례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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