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충돌에 발목잡힌 민생법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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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필리버스터로 패트 저지”… 민주, 철회 요구하며 본회의 불참
민식이법 처리 기다린 부모 울분

올스톱 국회, 서로 ‘네 탓’ 29일 더불어민주당(왼쪽 사진)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각각 국회 
로텐더홀과 본회의장에서 서로를 비난하는 피켓을 들고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이날 여야는 오후 2시 본회의를 열고 
‘민식이법’(어린이 생명안전법안) ‘유치원 3법’ 등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한국당이 본회의에 상정될 안건 199개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하자 민주당이 본회의를 보이콧하면서 결국 아무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채 파행했다. 양회성 
yohan@donga.com·장승윤 기자
올스톱 국회, 서로 ‘네 탓’ 29일 더불어민주당(왼쪽 사진)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각각 국회 로텐더홀과 본회의장에서 서로를 비난하는 피켓을 들고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이날 여야는 오후 2시 본회의를 열고 ‘민식이법’(어린이 생명안전법안) ‘유치원 3법’ 등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한국당이 본회의에 상정될 안건 199개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하자 민주당이 본회의를 보이콧하면서 결국 아무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채 파행했다. 양회성 yohan@donga.com·장승윤 기자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는 20대 국회가 마지막 정기국회 일정마저 파행되며 또 멈춰 섰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자유한국당의 갑작스러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카드와 더불어민주당의 본회의 불참이라는 대립 끝에 29일 열릴 예정이던 국회 본회의가 무산된 것.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하려던 ‘유치원 3법’은 물론이고 ‘민식이법’ ‘데이터 3법’ 등도 ‘올스톱’ 됐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 처리하려던 199개 안건 전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해 시간제한을 받지 않는 토론을 할 수 있다. 한국당은 1인당 4시간씩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다음 달 1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가 다음 달 3일 이후 본회의에 상정될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의 처리를 막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카드에 민주당은 철회를 요구하며 본회의에 집단 불참했다. 본회의가 열리는 순간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막을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 문희상 국회의장은 본회의 의결정족수(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가 채워져야 한다며 본회의를 열지 않고 3당 원내대표 간 합의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본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해 민식이법 등을 처리할 수 없게 된 것을 두고 여야는 서로에게 책임을 돌렸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본회의를 개의해 민식이법을 통과시킨 다음 필리버스터의 기회를 달라고 했다”며 “민생법안을 처리 못 한 건 민주당 탓”이라고 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한국당 규탄대회를 주재하며 “30년간 정치를 했지만 이런 꼴은 처음 본다”며 “참을 만큼 참았다. 국민을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반드시 정치·사법·선거개혁을 해내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카드를 중단시킬 수 있는 ‘재적의원 5분의 3’(177석)을 확보하는 방안을 다른 야당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 처리를 촉구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던 고 김민식 군의 어머니 박초희 씨와 가족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왜 우리 민식이가 그들(한국당)의 협상 카드가 돼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김지현 jhk85@donga.com·조동주 기자
#자유한국당#필리버스터#패스트트랙#민식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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