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 부르짖던 中 CCTV 쇼호스트 알고보니 원정출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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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과 국적은 충돌 안해” 변명

미국 원정 출산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의 한 쇼호스트가 교양 프로그램에서 애국을 강조하다 누리꾼의 뭇매를 맞고 있다. 6일 프랑스국제라디오방송(RFI) 중문판에 따르면 관영 중국중앙(CC)TV의 쇼호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둥칭(董卿·46·사진)은 1일 CCTV의 연례 애국주의 교양프로그램 ‘개학 첫 수업’을 진행하다 비판에 휩싸였다.

이날 중국 전역에 동시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오성홍기(중국 국기),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를 주제로 애국을 강조했다. 둥칭은 공산당과 국민당의 내전 당시 비밀 공산당원이 오성홍기를 간직했던 이야기를 소개한 뒤 “오늘날 우리는 생명을 사랑하듯이 오성홍기를 사랑해야 한다”며 “국기는 신성불가침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녹화장에 나온 어린이들을 향해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되물으며 애국을 강조했다. 6월 9일부터 석 달 넘게 홍콩의 대규모 반중(反中) 시위대가 오성홍기를 훼손하고 중국을 나치에 비유한 차이나치(중국+나치) 깃발까지 제작한 최근의 사태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방영 후 CCTV 게시판에는 “둥칭은 표리부동하다”는 누리꾼의 반발이 쇄도했다. 원정 출산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 애국을 강조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그의 아들은 둥칭의 미국 유학 시절에 태어나 미국 국적을 취득했고 현재 상하이의 한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누리꾼들은 “직업적으론 반미(反美), 실제론 도미(渡美·미국으로 건너감)하는 거냐”며 그를 조롱했다. 이어 “아이를 어디서 낳건 개인의 자유지만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 하니 반감을 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터넷 매체 왕이(網易)는 6일 논어에 등장하는 성어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자기가 싫은 것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을 인용하며 둥칭의 발언을 꼬집었다. 그는 논란이 커지자 “아들이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애국심과 국적은 충돌하지 않는다”는 다소 군색한 변명을 내놨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cctv#중국#쇼호스트#원정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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