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움직이는 광고판’ 유니폼은 얼마를 품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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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6월 5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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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인기를 구가하는 프로야구 선수들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광고 모델이다. 특히 그들이 입고 있는 유니폼 곳곳에 부착된 광고는 모든 극적인 순간들과 어우러져 무의식 속에 야구팬들의 기억 한줄기에 스며든다.

개수 차이는 있지만 10개 구단 모두 유니폼에 광고를 부착한다. 특히 모기업 없이 네이밍 스폰서인 키움증권과 서브 스폰서 유치를 통해 구단을 운영하는 키움 히어로즈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13개의 유니폼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유니폼 상의 전면에 위치한 메인 스폰서를 비롯해 어깨, 후면, 모자 등 다양한 위치에 광고를 부착한다. KBO 막내 구단인 KT 위즈가 12개로 두 번째로 많은 광고를 유니폼에 품고 있는데, 모기업과 외부 광고의 비율을 각 50%씩 가져가고 있다. NC 다이노스(10개), 두산 베어스(9개), KIA 타이거즈(8개), 롯데 자이언츠(5개) 역시 모기업과 외부 광고를 적절히 섞고 있다.

나머지 4개 구단은 모기업 계열사 광고만으로 그룹 지원금을 확보한다. 대표적인 예로 한화 이글스는 유니폼 전면 우측 상단의 한화생명 광고를 비롯해 양팔 소매에 한화손해보험, 한화갤러리아 등의 광고가 부착되어 있다. 모기업 계열사 가운데 광고가 필요한 금융 및 건설 등이다. LG 트윈스, 삼성 라이온즈, SK 와이번스도 유니폼에 모기업 계열사 광고만을 유치한다. 모기업 광고를 통해 충분한 지원금을 얻는 구단의 경우엔 외부 광고 유치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들은 2008년을 유니폼 광고 시장의 변곡점으로 기억한다. 모기업 없이 메인 스폰서(우리담배) 체제로 구단을 운영하는 우리 히어로즈(현 키움)가 2008년 창단되었는데, 이를 기점으로 유니폼 광고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며 활성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실제 KBO는 2008시즌을 앞두고 ‘유니폼 및 장비 7곳에 허용된 광고 제한을 철폐하고, KBO의 심의와 승인을 거쳐 광고를 유치하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시행 세칙에 변화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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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 광고의 가격을 책정하는 데 명확한 기준은 없다. 구단에 따라, 광고의 위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특히 모기업 광고의 경우엔 지원금의 의미가 녹아있어 객관적인 가치를 따지기 어렵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중계화면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가슴 패치의 광고 효과가 가장 높고, 양팔 소매 등이 순차적으로 높은 광고비를 받는다. 시선이 집중되는 헬멧 광고 역시 효과가 높고, 목 뒤에 부착되는 광고의 비용이 가장 저렴하다. 키움은 유니폼 상의 전면의 메인스폰서 광고를 제외하면 헬멧~모자~유니폼 전면~유니폼 어깨~유니폼 후면~포수 프로텍터의 순서로 광고비를 산정한다.

대다수 구단은 매년 외부 전문 기관에 광고 집행 효과 분석 의뢰를 맡기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다음 시즌 광고 금액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두산의 경우 2018 정규시즌을 기준으로 유니폼 왼쪽 가슴에 부착된 ‘티스테이션’의 유니폼 광고 효과만 422억 원에 달했다. 팔뚝에 광고를 부착한 ‘애큐온저축은행’의 경우엔 400억 원의 광고 효과가 발생됐다. 오른쪽 가슴에 부착되는 ‘휠라’의 광고 효과는 490억 원으로 나타났다.

광고를 품고, 최대한 많은 경기를 치르면 광고 효과도 절로 증대된다. 특히 공중파 채널에서 중계되는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경우는 광고주에게 ‘보너스’나 다름이 없다. 우승팀을 확정짓는 마지막 관문에 대해선 보통의 야구팬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관심까지 집중되기 마련인데, 이때 중계를 통한 광고 노출 효과가 급증한다. 특히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모두 거쳐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최대한 장기간 가을무대를 누리면 광고주들은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이렇다보니 유니폼 광고에 대해 각 구단은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KT의 경우엔 한 시즌 구단 전체 수익 중 유니폼 광고로 얻는 수익의 비중이 50%에 달하고, NC는 모기업 광고를 제외한 유니폼 광고 매출이 한 해 40억 원 수준이다. 이에 시즌을 앞두고 열리는 마케팅팀장 회의에선 서로의 유니폼에 부착되는 광고 정보를 모두 공유할 만큼 관심이 높다. 두산 이왕돈 마케팅 팀장은 “유니폼은 굉장히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라며 “키움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모든 구단들에게도 유니폼 광고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주요 수입원”이라고 강조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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