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부를 때 손으로 ‘툭툭’ 치는 습관 안돼요”… 청각장애학생 학부모 아카데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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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교실서 통합교육 받는 경우 사소한 습관이 갈등 부르기도

“친구를 부를 때 절대 ‘툭툭’ 치면 안 된다고 알려주세요. 친구와의 갈등이 대부분 이 행동에서 발생하거든요.”

19일 오전 10시.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동작관악특수교육지원센터. 20여 명의 학부모들이 강사의 말을 열심히 옮겨 적으며 강의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들은 청각장애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다. 대부분 여성이지만, 아빠로 보이는 남성들도 셋 정도 눈에 띄었다.

센터는 청각장애 학생을 키우는 학부모들이 올바른 교육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청각장애학생 학부모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총 6회에 걸쳐 다양한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이날 열린 제1회 수업에선 청각장애 전공으로 특수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현주 강사가 연사로 나섰다.

장애를 가진 아동들은 별도의 특수학교 또는 특수학급에서 수업을 받기도 하지만, 일반교실에서 비장애학생들과 어울리며 통합교육을 받는 경우도 있다. 또래 학생들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습득한다는 점에선 장점이 있지만, 장애학생으로서 적응하기 힘든 장벽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박사는 “저학년 단계에선 기본생활 습관이 중요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교과학습과 학업성취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청각장애 학생들이 교우관계에서 갈등을 겪는 대표적인 행동은 ‘상대방을 부를 때 툭툭 치는 습관’이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다보니 남을 부를 때 무심결에 손으로 치며 부르는데 자칫 싸움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러므로 학부모들은 자녀가 학교에서 이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사전에 주지시키는 것이 좋다. 또 교사가 부를 때는 크고 정확한 목소리로 응답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교사의 호명을 무시하거나 지나쳐 버리면 부적응 학생으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자존감 확립’이 중요하다. 자신에게 장애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하는 태도를 길러야 한다. 이 박사는 “자기 옹호 기술을 잘 갖춘 장애학생은 자신에게 주어진 한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길을 잘 찾아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수업은 다음 달 18일에 열린다. 오승하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연사로 나와 ‘청각장애학생의 성공적인 학교생활’에 대해 강의할 예정이다. 동작관악특수교육지원센터는 “그동안 장애를 가진 자녀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구체적인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는 학부모들의 요청이 많았다”며 “이번 연수가 장애학생을 기르는 가정에 좋은 안내자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청각장애학생#통합교육#학부모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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