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선진국’ 프랑스의 대입제도 개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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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랑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김경랑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올 초 프랑스 교육부는 2021년부터 시행될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바칼로레아’로 대표되는 현행 프랑스 대입제도를 개혁하자는 게 골자다. 교육 선진국임을 자부하는 프랑스가 오랜 전통을 깨고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행 바칼로레아 합격률이 80%를 웃돌면서 신뢰도가 떨어진 데다 시험이 너무 복잡하고 방대해 수험생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바칼로레아는 고교 졸업자격시험이자 대학수학능력시험인데 고교 교육과 대학 전공 교육의 연계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도 한계가 드러났다. 특히 바칼로레아 과목 대부분이 고교 3학년 말에 집중돼 수험생 부담이 컸다.

개편안은 세 가지 측면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첫째, 기존 10∼15개였던 과목을 6개로 대폭 줄이기로 했다. 우리나라 국어에 해당하는 프랑스어 과목 2개(구술, 필기)와 학생이 선택한 전공심화 과목 2개 그리고 공통 과목인 철학과 ‘그랑토랄(grand oral·전공심화 과목을 주제로 한 면접)’이다.

둘째, 고교 2학년 때 10여 개 전공과목 중 2개를 선택해 대학 교육에 대비한 과목을 미리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어 과목 2개는 고교 2학년 말, 전공심화 과목 2개는 고교 3학년 4월 중순에, 공통 과목 2개는 3학년 말에 나눠 치르도록 시험 시기를 조정했다. 또 대입 시 바칼로레아 반영 비율은 60%로 하고 나머지 40%는 수행평가 등을 포함한 학교 내신과 생활기록부를 반영하도록 제안했다.

프랑스 대입제도 개혁안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뭘까. 우선 시험 과목 축소는 우리의 경향과 비슷해 보이지만 그 내용은 사뭇 다르다. 바칼로레아 과목 절반이 프랑스어와 철학이며, 나머지는 학생이 선택한 미래와 관련된 과목들이다. 우리처럼 모든 학생이 똑같은 과목을 준비하는 대신 모국어와 철학 과목을 토대로 자신이 희망하는 전공 지식을 쌓도록 하고 있다. 시험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대학 교육과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험 시기를 분리해 일회성 시험의 부작용을 줄이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전공과목 선정을 통해 실용성을 담보한 점과 그랑토랄이라는 독특한 구술시험으로 학생의 창의력과 종합적인 판단력을 향상시키려는 점도 우리가 장기적으로 고려해볼 가치가 있다. 물론 모든 개혁의 바탕에는 확고한 국민적인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이는 프랑스 바칼로레아 개혁에서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김경랑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프랑스#바칼로레아#대입제도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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