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된 서울대 한옥

  • 입력 2009년 7월 15일 02시 59분


서울대 공대 뒤뜰에 세워진 한옥 ‘하유재’. 사진 제공 서울대건축사연구실
서울대 공대 뒤뜰에 세워진 한옥 ‘하유재’. 사진 제공 서울대건축사연구실
전봉희 건축科 교수, 수강 대학원생들과 직접 지어

13일 오후 서울대 공대 뒤뜰. 장마가 잠시 멎은 참에 나들이를 나온 김인헌 씨(46) 가족이 새로 들어선 두 칸 한옥 마루에 앉아 쉬고 있었다. 딸 윤빈이(4)는 처음 보는 황토벽과 문창살을 만져보느라 잠시도 가만있지 않았다.

이곳은 지난달 13일 집들이 행사를 연 ‘하유재(何有齋)’다. 전봉희 건축학과 교수(46)가 ‘한국건축사 연구방법론’을 들은 대학원생 32명과 지난해 2학기부터 만든 집. 김 씨는 “공대 폭포와 대구를 이루는 멋진 경관이 완성된 것 같다”고 했다.

1997년 개설된 이 수업은 텍스트 위주의 강의였다. 지난해 2학기를 앞두고 전 교수는 ‘한옥 짓는 실습수업. 토요일 하루를 꼬박 투자할 학생만 신청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벽에 못 한 번 박아본 적 없는 학생들의 작업은 더뎠다. 첫 학기 15주 일정에서 13주가 지났을 때 공사는 3분의 1 정도 진행돼 있었다. 대팻날을 맘먹은 방향으로 밀게 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 학기 작업으로 기와 얹은 골조를 얻었지만 곧바로 해체와 이전을 겪었다. 학교 행정부서와 의견조율이 잘못돼 녹지보전지역에 주춧돌을 얹었던 것. 두 번째 학기에는 골조를 3주 만에 세우고 벽과 마루 만들기에 집중했다.

석사과정 서효원 씨(27)는 “문화재 복원 현장 견학만 다니다가 직접 공사에 참여해 보니 흙벽 안에 새끼를 엮고 나무를 깎는 방법 등 책에 없는 부분을 스스로 고민하며 체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설계 자문은 신영훈 한옥문화원장, 목공 지도는 이재호 도편수가 맡았다. 허남진 철학과 교수가 붙인 당호(堂號)는 ‘장자’의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에서 따온 것. ‘시비곡직 없이 편안한 무위(無爲)의 공간’을 뜻한다.

100% 학생들이 만든 것은 아니다. 기와와 초석을 깔 때는 장인을 초빙했다. 문짝을 제외한 목공 일과 벽 바르기는 학생 손으로 한 것. 회와 진흙, 짚, 모래를 섞어 세 번 발랐다.

전 교수는 “올해 프리츠커 상 수상자인 스위스 건축가 페터 춤토르의 디테일은 전통건축 양식을 발전시킨 것”이라며 “젊은 후배들이 몸으로 습득한 전통목조건축 기술을 발전시켜 국제적인 주목을 받는 성가를 이뤄 내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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