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이운재-김병지 주전 골키퍼 누가 꿰찰까?

  • 입력 2002년 3월 27일 17시 48분


스타일은 다르다. 그러나 주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열정과 승리를 향한 집착은 같다.

이운재(29·수원 삼성)과 김병지(32·포항 스틸러스)의 ‘문지기 경쟁’이 다시 불붙었다. 27일 터키와의 평가전을 끝으로 유럽 전지훈련을 마친 축구대표팀. 월드컵 본선에서 ‘베스트 11’에 포함되기 위한 선수들의 경쟁이 모든 포지션에서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운재와 김병지가 벌이는 주전 골키퍼 경쟁은 월드컵을 두 달여 앞둔 현재까지 결과가 ‘안개 속’에 갇혀있어 팬의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

‘히딩크 사단’의 주전 골키퍼 경쟁은 처음엔 이운재의 독주였다. 김병지가 지난해 1월 홍콩 칼스버그컵에서 잇단 ‘튀는 행동’으로 거스 히딩크 대표팀 감독의 노여움을 사는 바람에 이후 10개월간 대표팀에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병지가 지난해 11월 대표팀에 재합류한 이후 이운재와 번갈아 대표팀 골문을 지키면서 이운재의 자리가 ‘위협’받기 시작했다. 두 선수의 경쟁을 유도하려는 히딩크 감독의 ‘교묘한’ 용병술.

이운재와 김병지의 플레이스타일과 장점은 외모 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예전의 ‘꽁지 머리’나 ‘보라색 머리’, 현재의 ‘밝은 금발’ 등에서 보듯 김병지의 모습은 상당히 튄다. 이에 비해 이운재는 상무에 입대하기 전이나 제대한 뒤나 머리 모양에 별 차이가 없다. 이런 외모의 차이는 이들의 플레이스타일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운재는 안정형. 위치 선정 능력이 탁월한 이운재는 상대 공격수보다 한발 앞서 공을 따내는 장점이 있다. 미리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이운재의 수비는 언뜻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순간 판단력이 뛰어나 공중볼 다툼에서도 밀리지 않고 PK에도 강점을 보인다. 또 여간해서는 골문에서 많이 뛰어나오지 않는 편이다. 이런 이운재의 플레이 스타일은 안정감 면에서는 후한 점수를 받지만 수비 범위가 좁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이에 비해 김병지는 넓은 수비 범위와 순발력에서 국내 1인자로 꼽힌다. 상대 공격수의 강슛을 순간 동작으로 막아내는 김병지의 ‘반사 신경’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종종 페널티 에어리어 밖까지 뛰어나와 수비수와 패스를 주고 받는 김병지의 스타일은 골키퍼가 ‘리베로’의 역할을 겸해준다는 면에서 고무적이다. 그러나 종종 ‘오버’하는 탓에 김병지의 이런 경향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꼽힌다.

이번 전지 훈련 기간에 가진 3차례의 평가전에서 한국의 실점은 ‘0’. 일단 2경기(튀니지,터키)에 출전한 김병지와 1경기(핀란드)에 나선 이운재에 대한 평점은 합격점을 줘도 좋다. 판단은 히딩크 감독의 몫.

대표팀은 4월과 5월중 4차례의 평가전을 더 가질 예정이다. 최근처럼 이들이 번갈아 출전해 선방을 계속하는 추세가 이어진다면, 주전 골키퍼는 월드컵 본선 첫 경기가 되어야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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