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북한 여자축구 “이젠 세계로”

  • 입력 2001년 12월 17일 00시 32분


‘강철 장미’ 중국을 누른 북한 여자축구가 일본마저 누르고 세계 정상에 성큼 다가섰다.

북한은 16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제13회 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이금숙의 선취골과 이은경의 프리킥에 힘입어 난적 일본을 2-0으로 완파하고 사상 처음으로 대회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또 간판 스트라이커 이금숙은 이날까지 15골을 기록해 대회 득점왕에 오르는 겹경사를 누렸다.

14일 대회 준결승에서도 미국과 세계 최강을 다투고 있는 중국을 3-1로 제압했던 북한은 이날 승리로 66년 잉글랜드월드컵 8강에 올랐던 남자 대표팀에 이어 세계 축구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게 됐다. 특히 북한은 이번 대회 전체 6경기에서 53득점 1실점으로 대회 사상 최다 골득실 차로 우승해 공수 양면 모두에서 최고의 팀으로 평가받았다.

한국의 임은주 심판이 주심으로 나선 이날 경기에서 전반을 득점 없이 비긴 북한은 후반 들어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빠른 측면돌파를 통해 견고한 일본 수비 라인을 함락해 나갔다. 선취골이 터진 것은 후반 23분. 이미애가 아크 정면 오른쪽에서 낮고 강하게 슈팅한 볼을 쇄도하던 이금숙이 오른발로 차넣었다. 북한은 이어 7분 뒤 아크 왼쪽 이은경의 프리킥이 벽을 쌓고 있던 일본 수비수의 머리를 맞고 추가골로 연결되는 행운을 누렸다.

북한 여자축구는 86년 “여자 체육 종목과 함께 승산 있는 종목을 집중 육성하라”는 김정일 총비서의 특별 지시에 따라 조직돼 90년 10월11일 남북통일축구경기 때 남북여자대표팀이 합동훈련을 가지기도 했다.

이후 북한은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93, 97년 아시아선수권 준우승, 98방콕아시아경기대회 준우승에 오르는 상승세를 보여왔다. 번번이 중국에 패해 우승을 놓쳤지만 지난해 4월 기본기와 체력을 앞세운 젊은 선수들로 세대교체를 단행해 전력 보강을 거듭한 끝에 이번 대회에서 ‘만리장성’을 넘어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북한 여자축구는 실업팀만 12개를 운영하고 있어 2개 실업팀에 의존하는 한국에 비해 저변이 탄탄하고 선수들이 강한 몸싸움과 헤딩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파이팅이 넘치고 있다. 한편 앞서 열린 대회 3, 4위전에서 한국은 중국에 0-8로 패해 4위를 차지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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