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이 대만에 깜짝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줬다. 지난 30년간 중국의 방해로 군사력 강화에 어려움을 겪던 대만에 막대한 양의 무기를 팔기로 한 것이다. 이번에 미국이 판매하는 무기는 △유사시 대만으로 접근하는 중국 함대를 요격하기 위한 자탄식 유도 로켓 △대만해협 건너편 중국 군사 거점을 정밀 타격할 미사일 △이들 무기를 투발하는 데 필요한 각종 포병 무기와 드론이다. 이로써 대만은 대만해협 전역은 물론, 중국 본토에 대량의 미사일과 유도 로켓, 1000대 넘는 공격용 드론을 퍼부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미국이 대만에 전례 없이 많은 무기를 판매하기로 한 이유는 명확하다. 유사시 중국의 대만 침공을 미사일과 드론 물량전으로 막기 위함이다.
미국 해군 제럴드 R. 포드 항공모함 전단. 미국 해군 제공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군수산업을 재정비해 물량전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다만, 대량의 염가형 무기로 중국에 맞선다는 구상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본격적으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피터 헤그세스 전쟁부(옛 국방부) 장관, 스티븐 파인버그 부장관 모두 가성비 좋은 무기를 갖춰 유사시 중국과의 물량전에 대비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파인버그 부장관이 이끄는 ‘군수품 생산 촉진 위원회’를 설치해 매주 회의를 열고 있다. 파인버그 부장관은 매일 주요 방산업체 임원들에게 전화해 “생산량을 2~4배로 늘리라”고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대중국 군사력 강화와 관련해 충격적인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2월 8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국방부 작전평가국이 작성한 기밀 보고서 ‘오버매치 브리프’를 입수해 “미국이 실시한 미·중 전쟁 시뮬레이션에서 미국이 모두 패배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 보고서의 핵심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비싼 데다 취약점이 많은 무기체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미군은 저렴하면서도 효율적인 무기를 대량 사용하는 중국군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해당 보도에서 특히 충격적인 대목은 미국 군사력의 상징인 항공모함이 중국과의 충돌에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NYT는 “미 국방부 보고서에서 제럴드 R. 포드급 항모가 중국이 약 600기를 보유한 극초음속 무기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면서 “음속의 5배 이상 속도로 비행하는 이 무기는 최첨단 전력으로도 요격하기 어려운 ‘새로운 공격 방식’”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NYT는 “최근 베네수엘라를 겨냥해 카리브해에 배치한 제럴드 R. 포드 항모는 베네수엘라처럼 가난하고 약한 국가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중국의 새로운 공격 방식에는 매우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배 가격만 130억 달러(약 19조3000억 원)가 넘는 미국의 초대형 항모는 NYT 보도처럼 중국이 손쉽게 격침할 수 있는 ‘종이호랑이’일까.
사실 이 주장의 진위는 최근 중국 상황을 들여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초대형 항모가 미사일이나 드론에 쉽게 무력화될 무기라면 중국이 그토록 애써 랴오닝·산둥·푸젠 항모를 만든 데 이어 다롄조선소에서 원자력 추진 항모를 건조할 리 없다. 중국은 항모의 형태, 구조, 함재기는 물론, 호위 전단 구성까지 미국을 모방하고 있다.
중국 ‘항모 킬러’의 진실
중국 VT-4 전차. 최근 캄보디아와의 분쟁에서 태국군이 운용하는 중국산 VT-4 전차 포신이 폭발해 성능 논란을 빚었다. GETTYIMAGES중국이 ‘항모 킬러’를 개발함으로써 미국의 항모 시대가 끝났다는 주장은 예전에도 있었다. 2010년대 초반 등장한 중국 대함탄도미사일(ASBM) DF-21D와 그 후속 모델 DF-26의 존재가 알려졌을 때다. 당시 미 국방부는 “이들 미사일이 실전 배치되면 미국의 항모 운용 교리를 바꿔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여러 차례 냈다. 로버트 윌러드 전 태평양함대사령관을 비롯한 미군 최고위급 인사들도 중국의 ASBM을 심각한 위협으로 평가했다. 중국의 일부 군사 전문가는 “미국 항모 1척을 건조할 돈으로 DF-21D 1200발을 만드는 편이 낫다”는 조롱까지 했다.
하지만 DF-21D와 DF-26은 대량 배치되지 못했다. DF-21D는 2개 여단, DF-26은 8개 여단의 일부 대대에만 배치됐다. 2022년 미국 공군대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보고서 작성 시점에 DF-21D는 30발 미만, DF-26은 140발가량 생산된 것으로 파악됐다. ‘항모 킬러’가 실제로는 대량생산되지 않았고, 중국이 열심히 미국 항모 전단을 모방하고 있다는 것은 과연 무슨 의미일까. 당시 중국이 만든 무기들이 사실은 항모 킬러가 아니라는 뜻이다. 미 국방부는 중국·러시아·북한·이란 등의 위협을 실제보다 과도하게 평가해 예산을 증액해온 ‘유구한 역사’가 있다.
중국이 ASBM으로 수천㎞ 거리에서 미국 항모를 정확히 타격하려면 발사 원점부터 타깃까지 전 구간에 위성과 정찰기를 띄워 목표 좌표를 ㎝ 단위로 추적해야 한다. 미사일 비행경로의 풍향·풍속·온도·기압도 실시간 수집해 탄도 수정에 반영해야 한다. 미사일 속도가 빨라지고 비행거리가 늘어나면 그만큼 오차도 증가하기 마련이다. 중국 본토에서 쏜 ASBM이 오키나와 열도 근처나 그것보다 후방에 있는 미국 항모를 정확히 맞힐 가능성은 극히 낮다. 중국이 애써 만든 ASBM을 왜 대량 배치하지 않았는지, 미국과 러시아는 어째서 ASBM을 안 만들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극초음속 무기도 사정은 비슷하다. 극초음속 무기는 크게 극초음속 활공체(HGV)와 극초음속 순항미사일(HCM) 두 종류로 나뉜다. 이들 무기는 ‘요격 불가능한 무적의 무기’처럼 소개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HGV는 말 그대로 활공하는 비행체로서 자체 추진력이 없다. 대기권 내 비행거리가 늘어날수록 공기저항 탓에 속도가 줄어든다. 특히 방향을 전환할 때는 항력이 급격히 증가해 속도가 빠르게 감소한다. 움직이는 표적을 공격하려고 비행 궤도를 여러 번 수정할수록 속도가 느려져 극초음속 무기로서 이점을 살릴 수 없다. 이런 한계는 HCM도 마찬가지다. HCM은 고속을 내기 위해 스크램제트(scramjet) 엔진을 쓴다. 스크램제트 엔진은 고온·고압·충격파가 일정하게 유지돼야 한다. 방향을 바꾸면 공기 흐름이 틀어져 엔진이 꺼지거나 파괴될 수 있다. 고정 표적은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어도 움직이는 표적을 공격하기란 매우 어렵다는 얘기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중국이 앞서 배치한 지대함탄도미사일 DF-21D와 DF-26, 최근 공개한 함대함탄도미사일 YJ-20, 극초음속대함미사일 YJ-17(HGV), YJ-19(HCM)는 항모에 어느 정도 위협은 돼도 ‘항모 킬러’가 될 수는 없다.
염가형 요격무기 배치 나선 미국 극초음속 무기가 이럴진대 염가형 드론과 미사일은 말할 것도 없다. 대량 배치되는 염가의 드론·미사일은 본격적인 타격무기라기보다 미끼로서 성격이 강하다. 적 방공망을 교란하고 방공무기 소진을 유도하는 것이다. 당연히 미국도 이런 새로운 유형의 위협을 간파해 이미 대응책을 마련했다.
2025년 초부터 미 해군의 주요 전투함에는 1발에 10만 달러(약 1억5000만 원) 정도인 요격무기 ‘코요테 블록 2’와 ‘로드러너-M’이 대량 배치돼왔다. 전투기에는 발당 3만1000달러(약 4600만 원)에 불과한 유도로켓 APKWS가 요격무기로 탑재되고 있다. 함대공미사일인 SM-2는 1발에 240만 달러(약 35억6000만 원), 공대공미사일인 AIM-120 ‘암람’은 200만 달러(약 29억7000만 원)가 넘는다. 이들 무기에 매우 저렴한 요격무기가 이미 대량으로 배치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방산업체에 증산을 독려하는 무기에는 전통적인 첨단 정밀 유도무기뿐 아니라, 염가형 요격무기와 순항미사일, 드론도 있다.
이번 NYT가 인용 보도한 보고서의 한계는 명확하다. 중국군 특유의 핸디캡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국 무기의 성능과 신뢰성 부족이 그것이다. 최근 캄보디아군 진지에 포격을 퍼붓던 태국군 VT-4 전차의 포신이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다. 해당 전차는 중국제로, 주포도 중국 ZPT-98 125㎜ 활강포를 쓴다. ZPT-98은 우크라이나의 KBA-3 활강포 기술을 가져다 만든 중국제 복제품이다. 최근 태국-캄보디아 분쟁에서 태국군의 우크라이나제 T-84 오플롯-T 전차는 아무 문제없이 임무를 수행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제품을 복제한 중국산 전차포만 폭발한 것이다.
러시아에서 열리는 전차 경연대회인 ‘탱크 바이애슬론’에서 숱한 문제를 일으킨 96식 전차, 소말리아 파병 길에 남중국해에서 기관 정지로 표류한 052D 구축함, 미국 림팩 훈련에 참가했다가 함포 사격 명중률 30%라는 굴욕을 선보인 052C 구축함, 지휘관이 결함을 문제 삼으며 인수를 거부했다가 숙청당한 J-11 전투기 등 중국제 무기의 품질 논란은 육해공군을 가리지 않는다.
대대적인 수뇌부 숙청으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중국군의 부패도 간과해선 안 된다. 최근 숙청된 중국군 고위 장성 중에는 권력 투쟁 희생자도 있지만, 상당수는 무기 조달 과정에서 부정을 저지른 이들이다. 언론 보도를 통해 심각한 부정부패가 드러난 중국 로켓군이 대표 사례다. 딩라이항(丁來杭) 전 공군사령원, 쥐첸성(巨乾生) 전략지원부대 사령원, 장위린(張育林), 라오원민(饒文敏) 중앙군사위 장비발전부 부부장 등 숙청된 인사 대부분이 무기 획득 또는 군수 분야를 담당했다. 최고위급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숙청됐는데,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실무자 숙청 규모는 얼마나 크겠는가.
중국군의 미국 본토 타격용 대륙간탄도미사일 DF-5의 연료탱크에 연료 대신 물이 들어 있고, 실제 훈련을 해보니 미사일 사일로 덮개가 열리지 않았다는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일선 중국군 부대에선 각종 미사일 고체연료 블록을 빼돌려 ‘훠궈’를 끓여 먹을 연료로 쓰다가 적발되는 일이 일상이라고 한다. 무기 조달을 관장하던 장성의 집을 압수수색했더니 현금과 귀금속이 쏟아져 나오고, 고가의 마오타이주가 수만 병씩 발견되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앙군사위 부주석까지 오른 쉬차이허우(徐才厚) 상장의 집에서는 군용트럭 10대 분량의 현금과 귀금속이 나오기도 했다.
미사일 연료 빼돌려 ‘훠궈’ 끓이는 중국군 이런 부정부패는 최근 몇 년 사이 일이 아니라, 수십 년간 이어져온 중국의 고질병이다. 정부와 관료의 권력이 강한 권위주의 국가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기도 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제 무기들이 카탈로그 제원과 동떨어진 낮은 성능을 보인 것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랑하는 핵미사일 ‘사르마트’가 실전 배치 후 세 차례 시험발사에서 모두 실패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사회적 문제 은폐가 당연하게 벌어지는 중국, 러시아에서 언론에 노출된 문제만 해도 이 정도다. 과연 이런 나라 군대가 지난 100년간 가장 많은 전쟁을 치르고 승리한 미군과 싸워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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