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우경임]고객 돈으로 고리 장사한 증권사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14일 23시 18분


초보 주식 투자자라면 주식을 매도한 대금을 거래일 이틀 뒤 받는다는 사실을 깜빡한 경험이 있을 터다. 휴일이라도 끼면 4, 5일 뒤에 매도 대금을 받기도 한다. 만약 올해 4월 30일에 주식을 팔았다면 노동절부터 어린이날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가 끝난 5월 6일에 매도 대금이 들어왔을 것이다. 부동산 계약일, 등록금 마감일처럼 꼭 그 돈을 써야 했다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때 이틀 뒤 들어올 매도 대금을 담보로 맡기고 증권사로부터 빌리는 것을 매도 대금 담보 대출이라고 한다. 결국 내 돈을 담보로 맡기고 다시 이자를 내고 빌리는 셈인데 증권사들이 매도 대금 담보 대출에 연율 10% 안팎의 고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증권사 10곳이 매도 대금 담보 대출로 벌어들인 이자 수익이 3년간 1805억 원이다. 주식시장이 활황이었던 올해 1∼4월에는 이자 수익으로 이미 약 536억 원을 벌어들였다. 물론 증권사는 정산이 끝나지 않은 매도 대금에는 손을 댈 수 없고, 자산을 빌려줘야 하므로 이자를 물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돈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0’에 가까운, 위험이라곤 없는 매도 대금 담보 대출에 두 자릿수 금리를 물릴 이유는 없다.

▷증권사가 이런 ‘땅 짚고 헤엄치는’ 대출 상품을 운용할 수 있는 건 국내 주식시장이 매매일(T)로부터 2영업일(T+2)에 거래대금을 돌려주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3월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오늘 주식을 팔았는데 돈은 왜 모레 주냐는 얘기가 있다”며 매도 대금 결제 주기를 단축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수조 원대 거래 내역을 대조하고, 증권사 간 주고받을 차익을 정산하는 일에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과 연계된 전산 시스템도 재설계해야 한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매도 대금 지급 기간을 이틀에서 하루로 줄였다. 인도는 2023년부터 이를 시행하고 있고 유럽은 내년 10월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결제 시스템이 기술적으로 발전하자 투자자의 편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선된 것이다. 우리도 유럽과 보조를 맞춰 내년 하반기 도입을 준비한다고 한다.

▷거래 대금 지급 기간을 이틀로 유지하면 증권사는 촉박한 정산으로 생기는 위험, 인력과 인프라 투자 등 비용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는 매도 대금을 즉각 받지 못해 이자를 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증권사의 위험과 비용을 개인 투자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거래 대금 지급 기간 단축까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매도 대금을 고금리로 빌리는 일만큼은 없도록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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