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대학 강단을 지킨 60대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쓰러진 뒤 장기기증으로 3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10일 삼성창원병원에서 김미향 마산대 스마트전기과 교수(63)가 간과 양측 신장을 기증하고 눈을 감았다고 15일 밝혔다.
최근 두통과 어지러움을 호소했던 김 씨는 지난 달 17일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김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찾지 못하고 뇌사에 빠졌다.
가족은 평소 나눔을 실천했던 고인의 삶을 떠올리며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김 씨의 외동딸인 박다빈 씨는 “엄마를 너무 살리고 싶었던 마음만큼 다른 환자들에게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기증에 동의했다”며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늘 베푸는 것을 좋아하셨던 엄마라면 하늘나라에서 좋아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김 씨는 경상남도에서 태어났다. 배우고 가르치길 좋아했다. 쓰러지기 전까지 마산대 교수로 일했다. 20년 근속 공로패를 받을 만큼 교육 현장에 헌신적이었다.
김 씨는 내년 8월 정년 퇴임을 앞두고서도 제자들의 진로와 장학금 혜택을 위해 발 벗고 나설 만큼 제자들을 아꼈다.
김 씨의 동료인 마산대 주석민 교수는 “학생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던 어머니 같은 분”이라고 고인을 회상했다.
김미향 씨가 대학으로부터 받은 공로패. 한국장기조직기증원김 씨의 빈소에는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한 제자들까지 찾아와 스승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김 씨의 제자 고태민 씨는 “장기를 기증하고 떠나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교수님다운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교수님께서는 전공 지식뿐 아니라 일을 대하는 태도와 책임감, 끝까지 해내는 마음까지 몸소 가르쳐 주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가르침을 잊지 않고 열심히 살겠다”라고 덧붙였다.
김미향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김 씨는 제자들에게 든든한 스승이었지만, 하나뿐인 딸에겐 늘 바쁜 엄마였다.
딸 박 씨는 “항상 바쁜 엄마여서 함께 여행할 시간도 많지 않았는데, 작년 여름 단둘이 제주도에 다녀온 게 자꾸 생각난다”라고 말했다.
박 씨는 어머니에게 “진심으로 존경하고, 너무도 사랑하고 소중한 엄마. 나에게 엄마는 내가 사는 세상의 전부인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슬프고 힘들지만, 나에게 희생하고 가신 엄마가 하늘나라에서 평안히 안식할 수 있게 홀로서기 해볼게요”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김미향 씨의 딸이 엄마에게 쓴 편지. 한국장기조직기증원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교육자로, 이웃을 위한 봉사자로 살아오신 김미향 님이 마지막 순간에도 생명나눔으로 숭고한 사랑을 실천하셨다”며 “스승의 날 전해진 이 소식이 많은 분들께 생명나눔의 소중한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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