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훈상]여야 정쟁 이슈도 팩트체크 소통으로 풀자

  • 동아일보

박훈상 정치부 차장
박훈상 정치부 차장
이재명 대통령은 7개월 만에 열린 7일 여야정 회동 자리에서 ‘팩트체크(Fact Check)’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 초반 “비공개 때마저 격렬하게 논쟁해 보자”며 “객관적 팩트들에 대해서는 최소한 확정을 하고 논쟁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첫 발언자인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중국인 관광객 짐 날라주는 사업 등에 들어가는 306억 원 등이 ‘전쟁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목적에 전혀 맞지 않는 대표적인 사업들”이라며 26조2000억 원 규모의 전쟁 추경을 비판한 것이 발단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중화권 시장 유치 확대 사업’, 그중에서도 5억 원 규모의 ‘짐 캐리 서비스 이용 활성화 지원’ 예산이 중동 전쟁에 따른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여야정 민생협의체 자리의 화두로 올라온 것.

이 대통령은 “아까 중국인은 무슨 말이냐”며 “내가 내용을 모르는데,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짐 날라주면 더 많이 사지 않겠나”고 했지만 팩트체크는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장 대표가 재차 “중국 사람으로 대상이 한정돼 있다”고 하자 “중국 사람으로 돼 있으면 삭감하라”며 “내가 보기엔 그럴 일이 없을 것 같은데, 팩트를 한번 체크해 보자”고 말했다.

보통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에선 ‘허심탄회(虛心坦懷)’가 키워드로 부각된다. 통합과 협치를 도모하자고 만든 자리에 ‘누가 맞는지 확인하자’는 팩트체크는 낄 자리가 마땅치 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팩트체크 과정에서 정부 여당과 야당의 시각차가 드러났다. 윤석열 정부 시절 악화일로를 걷던 한중 관계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복원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 대통령이 샤오미 스마트폰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셀카를 찍은 장면이 상징하듯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현 정부의 뚜렷한 외교 기조다. 정부 여당의 눈에는 중일 관계 악화 국면에 일본에 가지 않는 중국인을 적극 유치하자는 마케팅 효과가 커 보이고 다른 국가 관광객과의 형평성, 전쟁 추경이란 본질적 목적과의 거리감이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어느 시각이 더 타당한가는 별개로 정부 여당의 사각지대를 야당이 짚어낸 셈이다.

여야정 회동에서 다뤄진 ‘짐 캐리 팩트체크’는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진 않았다. 국민의힘의 지적에 여야는 ‘짐 캐리’ 지원 예산을 중국인에게 한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조정하기로 합의했다. 팩트체크식 소통이 끌어낸 의외의 협치다.

얼굴을 잊을 만할 때쯤 만난 탓일까. 여야정 회동 이후 여전히 여야 분위기는 냉랭하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의 도움이 없으면 개헌은 불가능하다”고 손을 내밀었지만, 장 대표가 “개헌을 논의하기 전에 중임이나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선제적으로 밝혀달라”고 맞받으면서다.

여야 간극이 크다면 내용 없이 악수만 교환하는 허심탄회한 대화보다 서로의 이견을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빈말로 사진만 찍고 선전하려는 것이 아니다”는 이 대통령 말대로 더 자주 만나고 팩트체크식 소통으로 현안을 풀어가야 할 때다. 물론 팩트체크 잣대는 상대방보다 자기 주장에 더 엄격하게 들이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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