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교 목사가 못이 촘촘하게 박힌 십자가를 들고 ‘촉각 십자가 전시회’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정 목사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사역 단체인 AL미니스트리 대표이기도하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한참 동안 벽에 걸린 예수의 그림을 손으로 더듬는 한 중년 여성. 또 다른 여성은 못이 촘촘하게 박힌 십자가를 만지다 감정이 북받친 듯 조용히 눈물을 닦았다.
다음달 5일 부활절을 앞두고, 25일부터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에서 ‘2026 사순절 촉각 십자가 전시회(손끝으로 만나는 주님의 고난)’가 개최됐다. 사순절은 부활절 이전에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는 기독교 절기. 전시회를 주최한 정민교 부산 흰여울 교회 목사는 “부활절을 맞아 많은 기독교 문화예술 행사가 열리지만, 시각장애인들은 체감할 콘텐츠가 거의 없어 그냥 보내는 현실이 아쉬웠다”라고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부활절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선 다양한 모양의 십자가와 그림, 가시 면류관과 못, 촉각 성경 지도 등 300여 점을 ‘만질’ 수 있다. 못, 포도나무, 요나 이야기 등 성경 속 상징을 다양한 방식으로 형상화한 십자가와 작품들은 눈으로 보는 것과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정 목사는 “시각장애인은 촉각이 민감한데, 십자가에 박힌 날카로운 못을 직접 만져보니 예수가 느낀 고통이 더 생생하게 전달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림의 경우 일반 유화보다 훨씬 더 두껍게 질감이 느껴지도록 제작됐고, 그림 안에 점자로 작품 이름도 표기했다. 전시회 취지에 공감한 작가들이 시각장애인들이 좀 더 그림의 이미지를 잘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한다. 모든 작품에 작가의 의도와 설명을 들을 수 있는 QR코드도 부착됐다.
정 목사는 “관람 온 비장애인들도 직접 만져보니 눈으로만 보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며 “이 전시회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장이 됐으면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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