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심리적 방어선’ 1500원 한때 넘어… 유가-환율-금리 3高 경고등 다시 켜져

  • 동아일보

[美-이란 전쟁]
국제유가도 사흘 연속 상승세
국채 금리 올라 소비위축 가능성
한국경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4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에 달러, 엔 등의 환율이 표시돼 있다. 앞서 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1505.8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4일 원-달러 환율은 1472.6원(주간 종가 기준)에 거래를 마쳤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4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에 달러, 엔 등의 환율이 표시돼 있다. 앞서 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1505.8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4일 원-달러 환율은 1472.6원(주간 종가 기준)에 거래를 마쳤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원-달러 환율이 4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1500원 선을 넘어서는 등 고공행진을 하는 가운데 환율, 유가, 금리가 동시에 오르는 이른바 ‘3고(高)’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환율, 고유가, 고금리가 이어지면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둔화) 위험이 있다. 금융시장 충격이 실물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10.1원 오른 1476.2원으로 주간 거래(오후 3시 반 기준)를 마쳤다. 앞선 야간 거래에서 환율은 1505.8원까지 치솟으며 2009년 3월 이후 처음으로 1500원을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1480원대까지 올랐지만 외환 당국의 개입 등으로 1500원을 넘진 않았다. 하지만 중동 전쟁 여파로 글로벌 자금이 달러화에 쏠리고 향후 오를 원유 결제 달러 대금의 수요가 커지면서, 환율 심리 방어선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국제결제은행(BIS) 총재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공항까지 갔다가 환율 1500원 돌파 소식에 출국을 연기하고 긴급회의를 열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12월 국회에 제출한 환율 시나리오 평가에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오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대 0.35%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유가 상승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3일(현지 시간) 장중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6% 오르며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국제 유가는 보통 2∼3주가량 시차를 두고 국내 시장에 반영되지만, 기름값은 벌써 들썩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4일 오후 5시 반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778원으로 전날(1723원)보다 55원 올랐다. 전국 휘발유 값이 L당 1770원을 넘은 건 2023년 10월 19일 이후 처음이다.

4일 3년물 국채금리는 전날보다 0.043%포인트 오른 연 3.223%에 마감했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시장금리가 연쇄적으로 인상된다. 가계부채 부담이 큰 민간 소비가 얼어붙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3고 위기에 대처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미국의 지상군 투입, 이란의 강도 높은 반격으로 길어질 수 있는 중동 사태는 철저히 외부 변수라 시장 개입, 비축유 방출 조치 등 정부 정책 효과가 제한적이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유가 상승에 따른 수입액 증가와 무역수지 흑자 폭 등이 원화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1500원대 환율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현재로서는 금융시장 충격을 막을 뚜렷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추가경정예산을 앞당기는 등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물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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