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영]베네수엘라 덮친 쌍둥이 강진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26일 23시 18분


역대 최다 사망자를 낸 지진은 1556년 중국 산시성 대지진이다. 명사(明史)에 따르면 이름이 확인된 사망자만 82만∼83만 명. 20세기 이후로 좁히면 사망자 10만 명 이상인 지진은 1976년 중국 탕산(25만),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22만), 2010년 아이티(22만), 1923년 일본 간토(14만) 대지진을 포함해 6번 있었다. 최근 베네수엘라를 덮친 강진 사망자가 10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현실이 될 경우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8만7000명) 사망자 수를 앞서게 된다.

▷수도 카라카스 근처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은 규모 7.2와 7.5의 지진이 39초 간격으로 연이어 발생한 쌍둥이(doublet) 지진이어서 피해가 컸다. 대개 지진은 본진 발생 후 규모가 작은 여진이 뒤따르는데 쌍둥이 지진은 규모가 비슷한 지진이 짧은 시차를 두고 발생한다. 2023년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때 규모 7.8과 7.5 지진이 9시간 시차를 두고 발생해 5만 명이 숨졌다. 2016년 경북 경주에서도 규모 5.1의 지진 48분 후 5.8의 지진이 뒤따른 적이 있다.

▷쌍둥이 지진은 단독으로 두 번 발생하는 지진보다 피해가 크다. 1차 지진으로 건물이 약해진 상태에서 복구할 새 없이 2차 충격이 가해지면 건물이 주저앉기 쉽다. 베네수엘라는 건물과 인프라가 노후화된 데다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아 연속 충격에 취약했다. 더구나 이번 쌍둥이 지진은 시차가 39초였다. 첫 번째 지진파가 완전히 지나가기도 전에 두 번째 지진이 덮쳐 대피할 시간조차 없었다. 건물 잔해에 수만 명의 사람들이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구호단체가 나섰지만 3개의 병목이 구호와 복구를 더디게 하고 있다. 첫째, 행정 병목이다. 올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에 잡혀간 후 들어선 임시 대통령 체제는 피해 집계조차 못 하고 있다. 둘째, 이동 병목이다. 시몬 볼리바르 국제공항을 비롯해 현지 최대 물류 거점이 가장 큰 피해를 입어 중장비와 구조 인력이 접근하지 못해 맨손으로 잔해를 해치며 생존자를 찾고 있다. 지진 이전에도 물과 전력이 부족했던 의료 인프라가 부상자 치료를 어렵게 하는 세 번째 병목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경제 손실이 최대 78억 달러(약 12조 원)로 베네수엘라 국내총생산(GDP)의 7%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 27년간 이어진 반미 좌파 정권의 포퓰리즘 정책과 서구의 제재로 인구 3170만 명의 77%가 하루 1.9달러 미만으로 사는 극빈층이다. 가난이 지진의 피해를 키우고, 지진 때문에 더욱 가난해지는 악순환의 위기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지진의 규모가 아니라 국가의 총체적 내진 역량임을 절감하는 안타까운 쌍둥이 지진 사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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