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영]머스크, 태극기 휘날리며 “테슬라로 오라”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2월 19일 23시 20분


“한국 반도체 인재들이여, 테슬라로 오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태극기 이모티콘 16개를 주르륵 올렸다. 그는 “만약 당신이 한국에 있고 반도체 설계와 제조 또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면 테슬라에 합류하라”고 했다. 머스크 CEO가 자사 채용공고를 소셜미디어에 공유한 건 처음이 아니지만, 특정 국가와 업무 분야를 꼭 찍어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것은 이례적이다.

▷15일 테슬라코리아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량 생산 AI 칩 개발에 함께할 인재를 찾는다”며 AI 칩 설계 엔지니어 채용공고를 냈다. ‘향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생산량을 기록할 AI 칩 아키텍처 개발’을 목표로 제시했다.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옵티머스) 등을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삼은 테슬라는 엔비디아 제품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AI 반도체를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머스크 CEO는 지난달 “AI 칩이 없으면 ‘옵티머스’는 ‘오즈의 마법사’ 속 깡통 인간처럼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설계를 넘어 제조 역량까지 확보하는 ‘반도체 독립’ 의지도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머스크 CEO는 지난달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와 TSMC 등 주요 공급 업체의 생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자체 생산시설인 ‘테라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로직 반도체뿐만 아니라 메모리, 패키징 공정까지 모두 아우르는 미국 내 거대 생산시설이다. 이를 위해 설계, 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반도체 분야 전반에 걸쳐 인재가 풍부한 한국을 우선적으로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뿐만 아니라 엔비디아, 구글 등 빅테크들도 한국 인재 확보에 혈안이다.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메모리가 AI 시대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출신 경력직을 웃돈을 주고 찾는 것은 물론이고, 대졸 신입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지난해 12월 서울대와 고려대 등 주요 대학을 찾아 현장에서 곧장 인재를 채용하기도 했다. 마이크론의 사업부 내에선 한국어로 내부 회의가 가능할 정도란 얘기까지 나온다.

▷한국 기술인재들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건 반갑지만,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인 인재를 넘겨주는 것은 뼈아픈 손실이다. 이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도 수성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보상만으론 빅테크와 경쟁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과학기술자를 우대하는 사회 분위기, 연구 인프라 개선 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만으론 인재들을 지켜내기 어렵게 됐다.

#테슬라#일론 머스크#반도체 인재#AI 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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